"월급보다 더 벌 때도"…인도는 주식열풍

뭄바이(인도)=김익태 기자, 심재현 기자 2008.02.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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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11-3>한때 폭락장에 장탄식…그래도 식지않는 열기

↑ 지난달 24일 정오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 앞에 200여<br>
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시세판을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정오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 앞에 200여
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시세판을 보고 있다.


"이건 사기다"

지난달 24일 오전 11시30분쯤. 인도 뭄바이 증권거래소 앞에서 만난 주식투자자들은 여기저기서 탄성을 내질렀다. 이날 인도 증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아시아 증시과 함께 폭락했다.

증권거래소 앞에는 200여명의 투자자들이 떼를 지어 모여서서 도로 건너편 시세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난해 지구촌 증시 조정에도 '나홀로 상승'하며 48% 급등한 인도 증시가 낳은 장관이었다.



뭄바이에서 상대를 졸업하고 6개월 전 주식투자에 뛰어든 칼 페쉬(22, 금속중개업)씨는 인도 중산층의 주식투자 붐을 '열풍'으로 표현했다. 여윳돈만 있다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말투였다.

↑ 뭄바이증권거래소 앞에서 만난 주식투자자 칼 페쉬씨(22·금속중개업)↑ 뭄바이증권거래소 앞에서 만난 주식투자자 칼 페쉬씨(22·금속중개업)
"떨어지든 올라가든 당분간 팔지 않고 보유할 생각"이라며 여유를 보인 그는 "그동안 많이 벌었고, 오늘 손해를 보고 있지만 곧 반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자신을 중산층이라 말한 그는 30만 루피(약 715만원)를 굴리고 있다고 했다. 인도 중산층의 최저 연소득이 20만 루피(약 480만원)니 상당한 투자인 셈이다.

철강회사 직원인 다빈(33)씨도 "주식투자로 월급보다 많이 벌 때도 있다"며 주식투자 예찬론을 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주식투자를 한다며 전광판을 보며 휴대폰 통화를 멈추지 않았다. '동업자'에게 수시로 현장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었다.

↑ 뭄바이증권거래소 앞에 설치된 황소상.↑ 뭄바이증권거래소 앞에 설치된 황소상.
"사기"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얼마 전 매수한 주류업체가 폭락했다며 "일찍 들어가 맥주나 한잔 하고 자야겠다"는 데빈드라(49, 엔지니어)씨. 그는 "항상 황소장이길 바라지만 얼마 전 거래소 앞에 황소상을 세우면서부터 시장이 좋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사람이 죽으면 남쪽을 보고 화장하는데 황소상이 남쪽을 보고 있어서 시장이 죽는 것" "황소상이 거래소를 등지고 돈을 들고 도망가는 모습이라서 그렇다"는 맞장구가 이어졌다.

한 시간 여가 흐르자 증권거래소 앞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람들이 더욱 늘었다. 오토바이를 멈춰 30분씩 전광판을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일터가 근처인 한 투자자는 10분 간격으로 거래소를 오가고 있었다. 죽치고 앉아 시세판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전화를 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주초 주가가 12% 넘게 폭락했지만 거래소앞 누구도 주식시장의 상승 곡선이 꺾였다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뭄바이 증권거래소는 인도 총인구의 2%가량인 2500만명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 주식투자 인구(증권선물거래소 통계 2006년 기준 360만명)의 6배가 넘는 숫자다. 2008년 1월 인도 중산층의 국내 주식 투자 바람은 인도를 향한 해외 투자 열풍만큼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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