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큰 것 3가지가 있다"

뉴델리(인도)=김익태 기자, 심재현 기자 2008.02.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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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11-4>이현봉 삼성전자 서남아총괄사장 "철저한 차별화로 승부"

 ↑ 이현봉 삼성전자 서남아 총괄사장. ↑ 이현봉 삼성전자 서남아 총괄사장.


"모든 제품을 차별·현지화해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난 이현봉 삼성전자 서남아 총괄사장은 유달리 '차별화'를 강조했다. 인도 소비자에게만 특화된 제품을 공급해 승부를 걸고 있다는 얘기.

◆진출 13년 '눈부신 성과'=삼성전자의 인도 진출 역사는 13년으로 일천하다. 하지만 성과는 눈부시다. 특히 프리미엄급 평판 TV 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 다. LCD TV 시장 점유율은 44% 가량으로 압도적 1위다. PDP TV도 35%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냉장고는 19% 정도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사실 인도의 LCD TV 시장은 삼성이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 '소비자전자제품제조협회(CEMA)'로부터 '올해의 전자업체 상'을 수상했다. 인도에서 LCD TV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게 주된 이유.

인도에 진출한 대부분의 기업이 저가제품을 찍어내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했다. 인도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 제품은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것도 이 때문. 인도의 중산층 구매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향후 상대적으로 저가 시장 공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시장 지배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중국은 로우앤드(lwoend) 시장에서 하이앤드(highend) 시장으로 상당히 빨리 전환됐지만, 인도는 여전히 로우앤드 시장이 주류입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로우앤드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 뉴델리 시내 번화가에 걸린 삼성전자 LCD TV 광고.↑ 뉴델리 시내 번화가에 걸린 삼성전자 LCD TV 광고.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만큼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한 곳이 인도다. 삼성전자는 철저하게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전략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지뷰(easy view)' 기능을 통해 차별화된 TV를 공급하는 게 좋은 예다. 70~80개에 달하는 케이블 채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채널 카테고리를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윈도우의 멀티태스킹 기능처럼 TV 화면 아래 여러 개 화면을 열 수 있도록 해 쉽게 채널을 오가며 시청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라디오처럼 소리만 나오게 하는 기능도 있다. 전력소비가 가장 심한 브라운관의 전력을 절약토록 한 것. 인도는 전력 사정이 나빠 정전이 잦다. 이런 점에 착안해 냉장고에 아이스팩을 달아 정전이 돼도 얼음이 안녹아 고기가 상하지 않게 하는 기능도 장착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실버나노 기술을 2조식 세탁기에 적용한 것도 마찬가지. 인도는 소득수준이 낮고 물이 부족해 전자동 세탁기보다 2조식 세탁기가 보편적이다. 여기에 실버나노 기술을 적용해 한번 세탁하면 오래 가도록 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오히려 2조식 세탁기를 쓰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을 누리게 하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이런 제품을 통해 로우앤드 주류 시장을 잡고 이 소비자들이 나중에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때 다시 삼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는 3大가 있다"=이 사장은 인도에 '3가지 큰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크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인도 전자제품 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 수준. 가구수로는 2억5000~3억 가구 정도다. 작년 인도의 TV시장은 1200만대로 세계시장의 6~7% 정도. 하지만 컬러TV 보급률은 아직 32%에 머물렀고, 냉장고는 17% 가량 된다. 휴대폰 가입자 역시 2010년에는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5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유럽 등이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해마다 20% 이상 성장하고 있어 수요가 무궁무진하다. 인도 시장 선점없이 세계 1등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확신했다.

인도는 또 "미국 다음으로 고급 기술·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자체 소프트웨어센터(Samsung India Software Center)를 운영, 인도에서 개발된 제품의 기능들을 전 세계 동시 출시되는 제품들에 장착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는 남부 방갈로르에 SISO(Samsung India Software Operation)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무선단말기 네트워크 인프라, 네트워킹, 멀티미디어, 메모리 기술 등의 관련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백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인도는 향후 기술인력의 공급 기지가 될 것입니다. 인도 대학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SISO 직원 중 절반 가량은 인도 내 최우수 공대 출신들이다.

이 사장은 마지막으로 인도가 세계에 제조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인도를 소왕국으로 표현했다.

"인도 문화재를 보면 요새(fort)가 많습니다. 이처럼 꽁꽁 걸어잠그고 그간 내수로만 살아온 나라가 인도죠. 앞으로 경제성장을 통해 하층의 요구가 높아질수록 수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가 곧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는 의미.



"인도는 주마다 법이 달라 간접비용이 많이 들고 인프라가 취약해 효율성도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중국이 해변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인도는 국토 전체가 개발 중입니다" 인도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그는 이렇게 낙관했다.

"최근 인도가 카스트, 다민족, 지방분권 등의 문제를 고려해 스스로 발전 속도를 조정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가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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