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3분기부터 해결국면 진입'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8.02.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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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석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모기지은행을 거쳐 헤지펀드 투자은행 채권보증업체 등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논문이 나왔다. 기존 연구가 미국 부동산시장과 자산유동화시장의 거시적인 측면을 주로 다룬 반면 이번 논문은 다양한 구조화증권의 유통채널에 대한 집중 분석을 통해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3분기부터 해결국면 진입'


김민석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이 최근 발표한 '서브 프라임 사태의 금융시장 파급경로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가 그 주인공. 이 논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이를 토대로 발행되는 MBS(주택저당증권), CDO(부채담보증권) ABCP(자산담보 기업어음)등 유동화증권의 유통구조와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입게 되는 구조를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17일 "서브 프라임 모기지사태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증권화시키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풍부한 유동성 기반위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선진국형 금융위기"라고 평가하면서 "저금리로 자산유동화는 가능했지만 기초자산에 내재된 신용위험을 새로운 투자주체에게 100% 전가시키지 못한 한계를 노정한 사건"이라고 성격규정지웠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2006년말 1조4000억달러. 10조 달러로 추산되는 전체 모기지 시장의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MBS(주택저당증권)를 비롯한 CDO(부채담보증권)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 등이 수천억 달러의 유동화증권이 추가로 발행됐다. 특히 고위험을 기꺼히 수용하는 헤지펀드 등 다양한 투자기관의 참여로 이들 자산유동화시장은 천문학적 규모로 증가했다.



하지만 외형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초자산에 내재된 신용위험이 새로운 투자자에게 완전히 넘어가지 못했다. 즉 메릴린치 등 투자은행은 MBS 매입후 이를 토대로 CDO, ABCP 등을 추가 발행하면서 MBS 등의 신용위험 발생시 모기지은행 등에게 이를 되팔 수 있는 단서를 요구했다.

저금리 구조에서는 이같은 조항이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연체율과 압류률이 높아졌다. 이에 투자은행들은 MBS를 발행한 컨트리와이드 같은 모기지 은행에 추가 담보를 요구했다. 이들의 압박에 MBS 등을 되사면서 모기지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제일 먼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다음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나 MBS를 준거자산으로 CDO를 대량 발행한 투자은행 등도 거액의 손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들은 모기지은행에 요구했던 것처럼 CDO 등을 매입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환매압력에 시달렸다. 씨티은행이나 메릴린치 등 국제적 투자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김 연구위원은 "기초자산이 부실화될 경우 발행기관은 유동화증권을 되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과거 이같은 경험이 없어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동화증권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신용위험 증가로 이를 되사 줄 것을 요구하자 속수무책으로 연쇄 파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CDS(금리디폴트스왑) 등 신용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도 유동성 위기가 증폭된 원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이미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유동화 과정의 최상위 단계에 있는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까지 불똥이 튄 것은 '역설적으로 이제 더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 늦어도 3분기까지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미국 금융시스템이 이번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적어도 2년은 넘게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되면서 한국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공세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최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공격적 금리인하는 금융시장 참자자들의 심리적 안정은 물론 카드연체율 증가억제를 통해 미국경제의 급격한 소비위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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