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가치가 밝은 세상 여는 등불 됐으면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2.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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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김승기 소중한눈안과 원장, 작은 사랑 큰 행복...나눔

‘90.1도’. 행사 종료 1주일을 앞두고 꼭 9.9도가 모자랐다.

2007년 12월 25일, 세상이 온통 크리스마스의 달콤한 꿈에 빠져있을 무렵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은 가까스로 90도를 넘어섰다.

100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다소 어렵게 보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업 및 개인들의 참여가 늘면서 목표 달성을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갔다.



막판 온정의 손길이 몰렸다. ‘부의 상징’으로 질시 어린 눈총을 받았던 타워팰리스 2차 주민 일동이 1000만원을 쾌척했는가 하면 도곡렉슬아파트 주민일동도 1500만원을 기부했다.
2%의 가치가 밝은 세상 여는 등불 됐으면


김승기(43) 소중한눈안과 원장은 매달 그러했던 것처럼 이때 라식수술비의 일정액을 떼 150여 만원의 성금을 보탰다.

이러한 십시일반의 사랑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 12월 31일 목표액 1%를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를 초과 달성한 107도를 기록했다.



기실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것은 강함이 아니라 꾸준함에 있다’(H.D 도로우)는 말처럼, 위대한 사랑은 아주 작은 사소함의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나눔의 인물로 수많은 기부자 중 김 원장을 추천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2%의 나눔으로 기부 문화 확산에 동참

김 원장은 2006년 8월7일부터 시력교정 수술비용의 2%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꾸준히 기부해왔다. 처음에는 그 다음해 7월31일까지 1년간 진행되는 캠페인으로 기획됐지만, 1년은 또 다른 1년, 다시 1년으로 ‘사랑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1~2%의 기부로 생색 낼 이유가 없고 그렇다고 굳이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작은 나눔이라도 꼭 필요한 곳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김 원장은 “밝은 시력을 갖게 해주는 수술비용으로 이웃들에게 따뜻한 세상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며 “라식수술을 받는 환자들 역시 시력도 되찾고 이웃도 도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갖게 돼 즐거워한다”며 활짝 웃었다.



김 원장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중한눈안과의 ‘2% 기부’가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 같은 사람도 하니까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네요. 하하.”

표현은 겸손하지만 그 속에 담긴 기부에 대한 철학은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김 원장은 “기부금의 액수가 많고 적은 것을 떠나 요즘 개인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좋다”고 한다.

“과거 70~80년대에 비하면 우리나라 경제사정은 크게 향상됐지만 사람들 마음의 여유가 그만큼 늘어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잘 살아도 오히려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없는 경우가 많아요. 기부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 조금씩 ‘습관’처럼, 매달 세금을 내듯이 자연스럽게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그러한 일상 속 나눔을 실천한다는 관점에서 김 원장은 직업인 ‘의사’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의료를 통해 유용한 봉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어찌 보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부터 나눔 활동이 시작됐던 것.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맺기 전에도 김 원장은 사실 주변에서 나눔 운동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물질적 기부뿐 아니라 무료 의술 활동으로도 이웃에 사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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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이웃 등에게 무료 수술로 ‘아름다운 세상’ 보여줘



김 원장은 시력교정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술이 힘든 저소득층을 위해 매달 2명씩 무료 라식수술을 시술해주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폈는가 하면, 예비 군인, 경찰관, 현역 군인에게 무료로 시술해주는 ‘수퍼 강군’ 등의 캠페인을 통해 의료 봉사를 지속해왔다.

김 원장이 경찰관이나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무료 라식수술을 활동을 펼쳤던 것은 2002년.
경찰청 복지후생사이트에서 ‘아이 센터’(eye center)를 운영하고 있는 한 안경벤처기업을 통해 공익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들이 나쁜 시력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우연히 전해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원장은 즉석에서 선뜻 무료 시력 교정수술을 제안했다.

이후 매달 1명씩을 대상으로 200만원 상당의 수술비를 받지 않고 라식수술을 무료로 시술해줬다. 경찰관 외에도 시력이 나빠 보충역 판정을 받았지만 현역으로 자원입대한 병사의 소식을 듣고 격려차원에서 무료 라식수술을 해주는 등 선행을 베풀었다.



김 원장은 “안과의사가 공익에 앞장서는 사람들의 소중한 ‘눈’을 되찾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충북 음성 꽃동네 등지에서의 진료와 기부 등 소외된 이웃에게도 온정을 보냈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나눔을 펴온 김 원장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나눔의 약정을 맺게 된 것은 보다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나눔 활동에서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러한 나눔 운동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찾게 됐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기부운동도 김 원장에게는 소중하다. 김 원장과 부인 그리고 고등학생 중학생인 남매는 각자 매월 통장에서 1만원씩을 떼내 ‘비전 케어’에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비전 케어’는 안과 의사들이 개발도상국에서 무료 개안수술 등의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다.



“안과의료 면에선 우리나라 정도만 되도 좋을 텐데 개발도상국 같은 의료 후진국에선 가벼운 염증만 생겨도 시력을 잃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김 원장은 언젠가는 이러한 곳에 직접 나가서 의술 활동을 펴고 싶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곳에 의술을 전파하는 것만큼 뜻깊은 일도 드물 것이다. 이러한 나눔 활동의 꿈은 의료인으로서의 개인적인 발전 차원에서도 훌륭한 자극제가 된다.

“기부를 많이 하고 더 큰 사랑을 나누기 위해선 병원도 커지고 환자들의 호응도 늘어나야 하잖아요. 나눔 활동이 일종의 채찍질이 되죠.”



그는 작은 1%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다. 작은 나눔도 모이면 큰 사랑이 된다. 하루하루 쌓이는 작은 사랑이 훗날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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