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제2의 힐러리 클린턴?'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2.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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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닮은 꼴, 경선 과정 "강력 파워"부상..미국인들 주목

버락 오바마 미 상원의원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44.사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버드대 법대 출신의 변호사 미셸은 대통령 후보 경선 초기에는 전면에 잘 등장하지 않은 채 '조용한 내조'에 그쳐왔다. 그러나 올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미셸은 흑인 지지층을 결집하는 핵심병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퍼스트레이디 1순위'로 꼽히는 미셸에 대한 유권자들과 미 언론의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셸 오바마, '제2의 힐러리 클린턴?'


◇ 명문법대 출신 변호사, 남편 대통령 만들기 적극 역할

미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은 사회 경력면에서 닮은 꼴이다. 둘 다 아이비리그 로스쿨 출신(힐러리 클린턴은 예일)의 성공한 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힐러리 클린턴은 법대에서, 미셸 오바마는 로펌에서 남편을 만났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남편 모두 야망에 찬 정치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여기에 둘 다 딸을 키우는 엄마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남편을 능가하는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을 쌓아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달리 미셸은 '정치를 싫어한다'고 밝혀왔다. 오바마가 대선후보로 출마하는것 자체도 반대했다. 남편이 출마한 뒤에도 "이번에 떨어지면 대통령 재수는 없다"고 못을 박고 나섰다. 초기에는 두 딸을 돌봐야 한다며 유세장에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

대선후보 선거전이 중반을 접어들면서 미셸은 남편의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힐러리 클린턴 못지 않는 활동력과 영향력을 지난 '여전사'로 변신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13일 직설적이고 의지력이 강하며 유머러스하고, 때론 냉소적이기까지한 미셸의 연설이 남편 오바마 의원의 대선과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교육에서 이라크전쟁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무려 40분간이나 원고없이 연설해 180센티미터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는 올 1월 한 병원의 이사직에서 사임하기 전까지 미셸이 연봉 21만2000달러(약 2억원)를 받는 성공한 변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미셸은 대부분의 선거전략 회의에 참석하고 남편의 이미지 관리에 철저히 신경을 쓴다. 클린턴 부부와 달리 남편과 함께 움직이는 적은 많지 않지만 남편의 선거참모들로부터 연설문이나 활동에 대한 조언을 받는다.

지지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지지카드에 서명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해 캠프 내부에서는 그녀를 '끝장 내는 사람(The Closer)'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정도이다.

◇ 가난한 흑인 가정서 일궈낸 성공...'자신감이 독 될수도'

미셸은 오바마의 '그림자'역할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도 자주 하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의 발언들은 내 경험과 관찰, 좌절로부터 나온것"이라며 "나는 최대한 나 스스로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셸은 남편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힐러리 클린턴은 러닝 메이트(부통령 후보) 1순위가 될 것이라며 클린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지난주 한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클린턴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그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해 오바마 진영의 공식입장과 별개로 클린턴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미셸의 인생역정은 자신감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공스토리'이다. 흑-백 혼혈인 오바마와 달리 미셸은 시카고의 순수 흑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흑인이라서 노조에 가입하지 못해 실직하기도 했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로스쿨을 졸업할때까지 늘 학비에 쪼들리는 생활을 했고, 최근에서야 학자금 빚을 다 갚았을 정도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성질이 못됐다"며 선생님이 부모에게 항의한 적도 있다.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할때나,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갈때에도 성적이나 여러 여건상 포기하는게 좋겠다는 입학상담관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그녀는 유권자들에게 이같은 자신의 인생을 들려주며 도전정신을 북돋는다.

물론 때로는 그녀의 지나친 자신감과 조급한 기질이 오바마에게 마이너스가 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한테서 아침에 늘 냄새가 난다든지, 입가에 버터를 닦지 않는다든지 하는 썰렁한 유머로 오바마의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는 핀잔도 받는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11일 동등하고 가시적인 동반자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자의 역할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하튼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인들은 힐러리 클린턴에 못지 않는 또 한명의 당찬 '퍼스트 레이디'를 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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