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부산국제항공과 왜 손잡았나?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08.02.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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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부정적 입장 번복...자칫 국제선도 빼앗길라 '위기'

“저가항공에서 성공한 프리미엄 항공사 없다"(2007년 6월 19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저가항공사 검토 중이다. 시기는 급하게 정하기 어렵다. 단 기존 저가항공사 M&A나 주주참여는 도의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니 독자적으로 한다“ (지난 1월 27일, 강주안 아시아나항공 사장)

저가항공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던 아시아나항공이 마침내 저가항공 시장에 진출한다. 저가항공시장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손 놓고 구경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그동안 저가항공 시장 진출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면서 ”최근 저가항공 시장이 급격하게 변함에 따라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양측의 이해득실 맞아 떨어져



아시아나항공은 14일 부산상공인이 주축이 돼 발족한 저가항공사인 부산국제항공에 2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분 46%를 확보해, 대주주로서 실질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 이름도 ‘에어부산’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번 업무협약은 지난달 22일 신정택 부산국제항공 대표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방문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산국제항공 주주 참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이번 부산국제항공과의 합작 결정에는 부산광역시와 부산국제항공의 지속적인 합작 권유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업무제휴가 양측의 이해득실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부산국제항공은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물주(?)를 확보함과 동시에 사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저가항공시장에 하루 빨리 진출할 수 있다는 이점을 챙기게 됐다.

아울러 ‘부산’이라는 지역도 이번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2~3년 뒤, 일본 등으로 저가 국제선을 띄워야하기 때문에, 부산이 위치나 수요 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부산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연대설은 꾸준히 있었다”면서 “부산국제항공의 경우 소액주주로만 구성됐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직접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는 물론 국제선까지 빼앗길 판...‘샌드위치’ 신세

최근 아시아나 항공은 국내는 물론 국제선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일 상황에 이르렀다.

우선 국내노선에서 그나마 수익이 나고 있는 김포~제주, 김포~부산 노선에서 대한항공은 물론 신규 저가항공사들에 시장을 빼앗길 상황인 것.

대한항공의 저가항공사 에어코리아는 오는 5월에 설립된다. 에어코리아는 기존 요금의 70~80% 수준으로 서울~제주, 서울~부산 노선에 뛰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영남에어와 대양항공, 인천타이거항공, 퍼플젯 등 10여개 업체가 올해 또는 내년까지 저가항공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존 저가항공사인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은 각각 올해 6월과 7월에 일본 노선을 시작으로 국제선에 진출, 일본과 동남아 노선 등으로 확대한다.

중국·일본·동남아 등의 단거리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노선이다. 특히 대한항공도 30% 이상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에어코리아’를 앞세워 늦어도 오는 2010년이면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 뛰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선에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도 결국 일본·중국 등의 국제선 노선을 지키기 위해 저가항공 시장 진출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 치열해지는 저가항공시장 미래는?

“부산국제항공은 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지만, 나머지 신생 항공사들은 뜨기도 전에 도태될 것이다.” 저가항공사 한 관계자는 현재 저가항공 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저가항공사들로 안 그래도 시장이 포화상태인데, 두 대형 항공사들의 저가항공시장 진출로 신생 항공사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현재 국내선 취항을 준비 중인 영남에어, 이스타항공, 퍼플젯, 서울항공, 대양항공 등은 당초 운영 계획을 다시 짜는 등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해야 할 처지다.

반면에 기존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은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을 띄우는 본격적인 노선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은 7월과 6월에 중국, 일본 등 국제선 취항에 나선다.

대한항공은 별도법인인 '에어코리아' 설립을 마치고 이르면 5월부터 국내선 취항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인력과 기술노하우 등을 지원받아 다른 경쟁사들보다 가장 빠르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부산국제항공에 대주주로 참여해 자사의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켜 빠른 시일 내에 취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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