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50,500원 ▲4,500 +1.83%)그룹은 지난달 9일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인재개발원장(사장급)으로 전격 영입했다. 물러가는 정부의 실세였던 인물이고 평생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영입은 파격적이었다.
같은달 13일에는 농심이 손욱 전 삼성SDI 상담역을 회장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14일에는 현대상선이 신임 사장으로 김성만 전 한국유리공업 부회장을 영입했다. 두 회사의 인사는 모두 전혀 다른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를 경영자를 CEO 자리에 앉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손 회장은 '혁신 전문가'라는 점이, 김 사장은 '투명경영의 대명사'라는 점이 깜짝 영입의 배경이었다. 성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심은 손 회장의 혁신 능력이, 정도경영을 표방해온 현대상선은 김 사장의 도덕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삼성SDI 사장 시절, 국내 처음으로 '6시그마' 기법을 도입했고 삼성종합기술원장 재직 당시에는 연구개발(R&D) 부문에 가치 혁신 개념을 적용하는 등 혁신 경영가로 정평이 나 있다. 김 사장은 경실련의 경제정의기업상, 공인회계사회의 투명경영대상을 수상하는 등 원칙적이고 투명한 경영으로 대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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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유동성 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주그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유종근 전 전북지사를 회장으로 영입했다. 유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외채협상을 주도했던 인물로 채권단과의 협상이 필요한 대주그룹에게 그의 이같은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SK그룹은 윤리경영 강화를 위해 검사출신인 김준호 사장을 CIC장으로 발탁한데 이어 답합이나 독과점 등 공정거래 전문인 윤진원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부사장급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잊혀진 듯 했던 인물의 화려한 컴백도 올해 눈에 띈 인사 중 하나다. LG그룹은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백우현 사장을 임명했다. 백 사장은 구자홍 LG전자 회장(현 LS 회장) 시절이던 2003년까지 LG전자를 이끄는 3인방 중 한명이었다. 이후 CTA(최고기술자문역)라는 직함으로 현업에서 멀어졌지만 3년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또 지난해 직원의 강도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던 최홍성 에스원 전 전무는 사임 2개월만에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 대표이사로 화려하게 복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