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제주민심 등지고 생수업 진출

최명용 기성훈 기자 2008.02.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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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용 일반에 판매..제주도민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한진그룹이 기어이 '물 장사'를 시작했다. 제주도와 갈등을 빚으며 10여년간 법정 싸움을 한 끝에 생수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주도 시민단체들은 재벌 서열 8위인 한진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물장사를 해야 하느냐고 비난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국공항 (52,100원 ▲1,200 +2.36%)은 지난 11일부터 제주워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인터넷와 전화주문을 통해 제주워터의 시중 판매를 시작했다.



한진그룹, 제주민심 등지고 생수업 진출


제주워터는 1.5 리터 12병 한 박스를 1만5000원에, 500㎖와 330㎖는 24병 한 박스를 각각 1만8000원과 1만6000원에 택배로 판매된다.

한국공항은 1985년부터 제주도에 소재한 제동목장에서 제주광천수를 생산하고 있다. 제주도는 생수 고갈과 자연생태에 영향 등을 고려해 채취규모를 월3000톤으로 제한하고 있다.



제주광천수는 그동안 대한항공 (22,550원 ▼50 -0.22%) 기내와 한진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에게만 판매돼 왔다. 일반 시중에 판매할 경우 생산량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고 제주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수 있어 시중 판매를 하지 못했다. 제주도의회는 특별법을 통해 제주광천수의 시중 판매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한진 (19,450원 ▲50 +0.26%)그룹은 긴 법정 싸움 끝에 시중 판매을 막는 법적 제한을 해제시키고 제주광천수를 제주워터란 이름으로 바꿔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제주경실련 한영조 사무국장은 "제주도민이 함께 누려야 할 생명수를 대기업이 사유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진의 생수 판매는 문제가 있다"며 "법원의 판결은 존중해야 겠지만 한진그룹의 생수 채취량 만이라도 제한하고, 다른 기업의 추가 진출을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워터를 둘러싼 한진과 제주도의 갈등은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공항은 1996년 제주도가 제주광천수를 일반인에게 시판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은 영업 자유의 중대한 제한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한국공항은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대외적으로 시판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한진은 2005년 2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가 기각당하고, 8월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1심에선 제주도가 승소했으나 광주고법과 대법원은 한진이 승소 판결을 받아 제주워터의 시중 판매가 가능해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제주워터의 월 생산량이 3000톤으로 제한돼 있고, 상당량은 대한항공 기내에서 소비돼 일반 시중에 판매되는 물량은 극히 제한적이다"면서도 "제주워터를 프랑스 에비앙과 같이 세계적 인지도의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경실련 한영조 국장은 "제주워터의 시중 판매는 양이 제한적이어도 공공재인 제주 생수의 사유화 근거를 마련했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추가로 다른 기업들이 제주 생수시장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법적 제한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 생수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매년 10~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 생수시장 점유율 1위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해 농심이 판매하고 있는 제주삼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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