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공세…"미분양 누구 탓?"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2008.02.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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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연말 연초 분양 4.5배 급증..3월까지 3만3천여가구 대기

연말 연초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 탓에 수도권 공급물량이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4.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분양가에 따른 수요자들의 외면현상도 갈수록 심해져 미분양 대란과 연쇄부도사태를 건설업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도권 공급물량 4.5배 급증=12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수도권에서 일반분양한 아파트가 총 4만837가구로 1년 전 같은기간 8783가구보다 무려 4.5배 이상 증가했다.

수도권에서만 지난해 12월 2만873가구에 이어, 올 1월에도 1만2764가구가 시장에 쏟아진 것.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만1882가구를 분양해 전년 같은기간보다 5배나 급증했다.



이 때문에 미분양 물량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 1만 4000여가구를 포함해 전국 11만가구가 넘어서는 등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다.

◇3월까지 3만3000여가구..미분양 대란 우려=비수기에 쏟아지는 공급과잉도 문제지만 고분양가로 책정된 단지의 분양이 잇따르면서 수요자들의 외면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연말 연초 1만2000여가구가 쏟아진 고양 덕이ㆍ식사지구의 청약 참패는 대표적인 사례. 이들 지구의 분양가는 주변시세보다 높다는 평가 때문에 순위내에서 대거 미달됐으며 4순위 흥행몰이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약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이후 3월까지 수도권에서만 3만30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용인 흥덕지구와 인천 청라지구와 같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분양물량이 나오는 반면, 3.3㎡당 4598만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격을 기록한 뚝섬 주상복합아파트와 고분양 논란을 빚고 있는 용인 성복ㆍ신봉지구 1만여 가구가 대기 중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와 회피 물량의 혼재로 인해 미분양 적체 물량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게다가 하반기부터 지분형주택, 신혼부부 주택 등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가 잇따라 시행될 예정이어서 무주택자 실수요 위주의 시장 재편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분양 해소책 마련 시급" vs "고분양가 거품 먼저 빼야" = 미분양 대란 현실화와 이에 따른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 우려가 높아지자 민간 건설업계는 미분양 해소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으로 30조원 이상의 돈이 잠겨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매제한 완화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건설사의 연쇄 부도 사태가 현실로 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고분양가의 밀어내기 분양은 상반기 내내 계속될 예정이어서 건설사들 스스로 미분양 대란을 초래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고분양가의 물량공세를 하면서 미분양 대책을 호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시장 현실에 맞게 분양가 거품을 먼저 제거하고 밀어내기 분양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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