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폭발 석연찮은 조사 "불안하네"

머니투데이 이구순 기자 2008.02.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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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사용환경'에 대한 원인규명 미흡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란 어떤 것일까.

지난 1월 LG전자의 노트북이 폭발한 사고와 관련 한국전기연구원이 12일 '비정상적인 고온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져 발생한 사고'라는 의견을 냈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는 배터리 폭발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

이를 두고 LG전자와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은 제품의 결함이라기 보다는 '특별한 상황에서 일어난 단발성 사고'라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비정상적인 고온 상태'가 어떤 상태이고, 이같은 비정상적인 상태는 어떻게 조성됐는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전기연구원의 조사 결과만 가지고는 노트북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 측은 '비정상적인 고온상태'에 대해 "처음에 가방이 탈 정도의 고온이 발생했는데 이를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승욱 선임연구원은 "국제기준으로 2차전지가 견뎌야 하는 정상적 온도 범위는 130도에서 10분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고는 이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사고 당시 노트북 배터리의 온도가 몇도까지 올라갔는지, 왜 고온현상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은 일정시간 입력이 없거나 본체의 덮개를 덮으면 노트북을 꺼놓은 것과 마찬가지 상태로 최소 전원만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고가 난 노트북은 바로 이같이 식으로 덮개가 덮여 가방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 노트북이 갑자기 가방을 태울 정도의 고열을 낸 것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설득력있는 해명이 없는 상태다.

폭발에 대한 전기연구원의 설명도 미흡한 구석이 많다.



사고 당시 목격자들은 고온과 함께 연기가 나는 노트북을 옥상으로 옮겨 옥상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노트북의 배터리 팩이 터지며 불이 붙는 1차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노트북을 들고 있던 사람은 불꽃이 튀는 순간 급히 노트북을 바닥으로 던졌고 바닥에 떨어진 노트북에 소화기를 분사한 뒤 큰 불꽃과 함께 2차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LG전자는 "1차 폭발이라고 말하는 상황은 폭발이 아니라 배터리가 고열상태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팩을 분리해 내는 안전장치"라며 "배터리 팩이 분리되면서 '퍽'하는 폭발음 같은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트북을 던져 충격을 준 것이 진짜 폭발의 원인일 것"이라고 지목했다.

이 말을 해석하면 노트북 사용자는 노트북이 가방까지 태울만큼 열을 내면서 '퍽'하는 폭발음이 나는 상황에 노트북에 충격을 주는 일체의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일반 노트북 사용자에게 요구하기에는 무리한 주문이 셈이다.



이에 대해 엄 연구원은 "이번 원인조사 결과는 단순한 사실만을 전달한 것이고 이후 소비자 보호조치나 주의사항 등의 후속 조치는 제조업체 측에서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고에서 어떻게 비정상적인 상황이 조성됐는지, 그리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포함해 소비자가 주의하고 대처해야 할 가이드라인이 무엇인지 등 소비자를 안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후속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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