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진애 "숭례문이여 사죄드립니다"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8.02.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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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진애(서울포럼 대표)씨는 "아무리 제대로 복원해도 시간과 역사의 깊이를 되살릴길이 없다. 그래서 문화 원형의 힘은 큰 것"이라며 숭례문 전소에 대한 참담함을 전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숭례문이여, 사죄드립니다...'는 글에서 "'적심'에서 불이 났다면 밖에서 물을 뿌려봤자"라면서 "세심하게 진화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 한편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깝기 한이 없다"고 슬픔을 드러냈다.



김씨는 "제일 먼저 고 최순우 선생님이 생각났다"면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아름다운 책을 만들고, 평생을 우리 강산, 우리 문화재, 우리 전통 살리기에 매진하고 떠난 분인데 아마 지금 지하에서 통곡을 하지 않을까. 선생님,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도 생각이 난다'면서 "'사라져가는 조선건축을 위하여'라는 글로 1920년대 철거되는 광화문을 애도했던 사람인데 '광화문이여, 광화문이여!' 했던 글은 지금 읽어도 비장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우리는 어떻게 선조들에게 사죄를 해야 할까"라며 안따까워하면서도 "일본의 '이세 사원'은 똑 같은 사원을 몇 년에 한 번 씩 새로 구축한다. 목건축의 이점이다. 설계도를 그대로 남기고 옛 전통방식으로 그대로 새로 만든다"면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다행히 우리에게는 숭례문의 설계도가 있다"면서 "광화문이 한창 복원되는 이 시점에 비록 숭례문 600년 시간의 아름다움을 잃었지만 선조의 지혜를 다시 빛낼 수 있도록, 선조님들, 이 어려운 시절을 지혜롭게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라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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