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魔로 쓰러진 숭례문 뒤에 남은 것은?

류철호 최태영 기자 2008.02.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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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관리소홀이 부른 '인재(人災)'‥문화재 관리 '구멍' 도마위

600여년의 긴 전통을 자랑하는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화마(火魔)에 휩쓸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건축물로 손꼽혔던 ‘숭례문’은 어처구니없게도 관할 당국의 관리 소홀로 생을 마감했다.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2월10일’은 후세에 ‘치욕의 날’로 남게 됐다.

◆화재 발생



10일 오후 8시5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숭례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나자 중부소방서 등 인근 소방서에서 소방차와 고가사다리차 등 진화장비 50여대와 13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화재진압에 나섰으나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불길이 크게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소방당국이 숭례문 현판을 철거,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 현판까지 소실되진 않았다.

이날 불은 발생 5시간여 만인 11일 새벽 2시께 숭례문을 모두 집어삼킨 뒤에야 사그라졌다.

◆'숭례문'은 어떤 문화재인가


숭례문은 조선시대 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으로 남쪽에 있다고 해 남대문이라고도 불렀다.

숭례문은 서울에 남아 있던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었으며 태조 4년(1395)에 짓기 시작해 태조 7년(1398)에 완성됐다.

이번 화재로 소실되기 전의 건물은 세종 29년(1447) 때 다시 지은 것으로 1961부터 3년여에 걸쳐 해체·복원됐으며 지난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지봉유설'에 의하면 숭례문 현판은 조선 3대 임금인 태종의 장남이자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이 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인조사

서울중앙지검은 숭례문 화재와 관련, 검.경 합동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박철준 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전담 부서인 '형사3부(조주태 부장검사)'에 '숭례문 검.경 방실화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노만석 검사와 강지식 검사를 현장에 보내 감식작업을 벌였다.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화재현장에서 라이터를 목격했다는 소방관들의 진술과 숭례문 주변에서 술에 취한 남성을 목격했다는 택시기사 등의 진술로 미뤄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11일 라이터를 목격한 중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2명과 택시기사 이모씨(49)를 불러 자세한 경위와 함께 유력한 용의자인 50대 남성의 인상착의를 조사했다.

그러나 경찰은 숭례문 주변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TV 녹화테이프에 대한 분석 작업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영수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화재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식을 통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숭례문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 중구청 소속 문화재관리 담당 직원들을 불러 관리소홀 여부를 조사해 잘못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관리소홀이 부른 인재(人災)‥관할 당국은 사후대책 마련 부심

‘숭례문’ 화재 사고와 관련, 문화재청과 서울시 등 정부기관이 사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처방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가 관할 당국의 관리 소홀이 부른 예견된 인재로 전해지면서 관리.감독 주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사고 직후 문화재위원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서울시 등과 복원방안을 협의 중으로 11일 오전 간부급 직원과 고건축물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화재 당시 해외 출장 중이었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11일 긴급 귀국해 대책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복원작업에 긴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원자재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구체적인 복원방안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와 관련, 김상구 문화재청 건축문화재과장은 "원형복원에 적어도 2-3년, 예산은 2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홍준 청장은 "화인 조사보다는 복원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라며 "서울시 등과 협의해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화재현장을 방문해 "기술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관계기관과 적극 협조해 최대한 빨리 원상복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문화재 전문가는 "원래 모습대로 복원된다 하더라도 숭례문이 갖고 있던 역사적 의미는 이미 사라졌다"며 "관할 당국은 구차한 변명으로 서로의 잘못을 떠넘기기에 급급하지 말고 시급히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화재현장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등 정치인들과 사고 소식에 놀란 시민들이 나와 참담한 심정으로 잿더미로 변해버린 숭례문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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