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기러기 아빠도 '부익부 빈익빈'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김은령 기자 2008.02.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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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밴쿠버 집을 살걸...집값·환율 급등에 희비교차

캐나다 기러기 아빠도 '부익부 빈익빈'


"그때 밴쿠버에 집을 샀어야 했는데…"

2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 아내와 아이 둘을 떠나보낸 '기러기' 아빠 S씨(46, 분당)는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국내 대기업 차장인 그는 얼마 되지 않아 벤쿠버에 전용면적 132㎡(40평) 주택 매입 여부를 놓고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고심 끝에 경기도 용인에 집을 구입하는 대신 25만달러짜리 밴쿠버 주택을 포기했다. 그는 "밴쿠버 집값이 꼭지점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아내와 아이 둘은 1300달러 월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 밴쿠버 그 주택 가격은 40만달러선. 2년새 무려 37% 가량 올랐다. 반면 용인 집값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끝없이 치솟는 집값과 환율 변동으로 캐나다로 가족을 떠나보낸 기러기 아빠들 사이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캐나다에 주택을 구입해 가족을 떠나 보낸 기러기들은 집값 상승과 환차익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캐나다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 주택가격은 평균 10.4% 상승했다. 2006년엔 11.1%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2006년과 2007년 각각 24.6%, 30.8% 오른 앨버타 주 등 일부 지역의 상승세는 더욱 컸다. 한국 유학생 가족이 많은 밴쿠버 지역의 경우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호재와 아시아 이민자 수요가 늘며 지난 2년간 주택가격이 30~40% 가량 올랐다.

S씨는 "집을 산 가족들 대부분은 집을 팔고 남은 차익으로 자식들 대학은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며 "캐나다 현지에는 집값 상승으로 수십만 달러를 벌며 재미를 본 한국사람이 많다"고 귀뜸했다.

'한 가족 두 나라에 사는 방법'의 저자인 박윤서 세무사는 "주택 융자를 무리하게 하지 않은 캐나다의 경우 미국과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며 "1월 현재까지는 집값이 오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고 무리하며 가족을 먼 이국으로 보낸 기러기들은 치솟는 원·달러(캐나다) 환율이 원망스럽다. 지난해 밴쿠버에 아들 둘과 아내를 보낸 B씨(47.강남)는 "매월 생활비를 송금할 때 마다 살을 깎는 듯한 아픔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가족을 떠나 보낼 때 790원이었던 환율이 1년만에 950원대로 20%나 올라 너무 부담스럽다"며 "500만원을 보내도 이제 캐나다에서 받아쥐는 돈은 4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캐나다 영주권이 없어 부담의 정도가 더욱 심하다. 밴쿠버의 경우 3인 가족 기준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한달 생활비가 월세, 차량유지비·보험료, 외식비 등 평균 5000달러는 있어야 한다. 여기에 연 8000달러 가량의 고등학생 학비까지 포함하면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설 연휴 캐나다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온 그는 "환율이 오르면서 월세로 나가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주변에 주택을 산 가족들은 집값 급등을 반기고 있어 상대적으로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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