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방화 때문?

최종일 기자, 도병욱 기자 2008.02.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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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화재현장서 라이터 2개 발견..용의자 목격 제보 잇따라

소실된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라이터 2개가 경찰의 감식 과정에서 발견됨에 따라 방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1일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 소방방재청, 중부소방서, 서울시청,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전문가와 함께 화재 현장에 대한 1차 합동감식을 벌인 결과, 숭례문 1층에서 라이터 2개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 라이터 2개가 방화에 사용된 범행 도구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은 아울러 이번 화재 사건의 용의자를 택시에 태웠다는 택시 기사 이 모(49)씨를 이날 불러 제보의 신빙성과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을 캐물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밤 불이 막 나기 시작할 때부터 숭례문 옆 횡단보도에 차를 세워놓고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씨가 당시 숭례문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올라 불이 난 게 아닌가 생각하는 순간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택시에 올라탔다.

당시 시간은 밤 8시 40분에서 50분 사이였으며, 이 씨는 이어 15분여 뒤인 밤 9시 5분쯤 숙명여대 입구에서 이 남성을 내려줬다고 경찰에 밝혔다.

이 씨는 "손님의 몸에서 휘발유와 같은 기름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술냄새와 함께 특이한 나무 냄새가 났다"며 "몹시 불안한 듯 손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에 앞서 또 다른 택시기사 이 모(44)씨도 10일 화재가 난 직후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숭례문에서 내려온 뒤 연기가 올라왔다"고 경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 남성이 항공점퍼와 검은색 등산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불이 난 뒤 계단을 내려와 유유히 걸어서 도망갔다고 전했다.

경찰은 앞서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화재 장면을 목격한 시민들의 진술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방화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수 남대문서장은 이날 "택시 운전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3명의 목격자를 확보했으나 운전기사와 두번째 목격자, 세번째 목격자의 진술이 다소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숭례문 공원 내부에 설치됐던 4대의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는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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