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 방재순위는 불과 '48위'

머니투데이 최태영 기자 2008.02.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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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소실된 숭례문(崇禮門.남대문)이 '국보1호'로 지정돼 있지만 문화재적 가치와 위험도 등에 따른 방재 우선 순위는 '48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문화재청이 지난 2006년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방제 대책 수립과 위험 제거 등을 위한 우선 순위에서 숭례문은 124개 중요 목조문화재 가운데 48번째에 그친 것으로 보고됐다.



목조 건물 중 방재대책 수립이 시급한 문화재로는 해인사가 1순위로 선정됐다. 이어 송광사, 쌍계사(하동), 운문사, 장곡사, 신륵사, 소수서원, 부석사, 통도사 등의 순이었다.

이 연구조사는 현장 조사 등을 통한 위험군(1-5군) 및 위험 가중치(0-75)와 문화재적 가치를 평가한 문화 가중치(0-25), 화재위험 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뤄졌다.



숭례문은 이 평가에서 위험 가중치는 43.25로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았으나 문화 가중치와 화재 위험지수는 각각 5와 48.25로 낮아 전체적으로 위험군에서 4군으로 분류됐다.

최우선 등급(1군)으로 분류된 해인사의 경우 위험 가중치는 50, 문화 가중치는 25, 화재 위험지수는 75로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이 연구조사 등을 토대로 지난해 15억원(국비.지방비 각 7억5000만원)을 확보해 해인사 대장경판전과 봉정사 극락전, 무위사 극락전, 낙산사 건칠관음보살좌상 등 4곳에 최첨단 방재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숭례문 화재 역시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예산 확보 및 사업 진척 속도를 볼 때 숭례문에 언제쯤 첨단 방재 시스템이 구축될 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최첨단 방재시스템이 구축되면 자동화재탐지지설을 비롯해 소화총 등이 설치돼 화재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예산 확보가 관건"이라면서 "전문 용역 결과 등을 바탕으로 우선 순위를 매겨 방재 시스템을 구축해 갈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숭례문 화재의 경우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간 책임공방마저 하는 눈치다. 오래된 목조건물의 경우 초동 진압이 중요하다는 특성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밤 9시35분쯤 화재진압에 대한 소방방재청의 진화 문의가 있어 화재 진압이 우선이니 숭례문 일부를 파괴해도 된다"고 회신,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숭례문 소실로 인해 일반 화재와 다른 국보급 등 문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화재 진압 방법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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