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밥상에도 못오르는 한미FTA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2.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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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가 쉽지 않다. 통과는커녕 해당 상임위(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안건을 올리는 것조차 힘들다.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온 게 지난해 9월이니 5개월 동안 '잠'만 자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18대 국회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11일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키로 잠정 합의해 지지부진했던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노동당이 나섰다. 민노당 소속 의원들이 통외통위의 김원웅 위원장실을 점거한 채 위원장의 회의 소집을 막았다.



국회 통외통위는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상정한 뒤 15일 공청회 개최 등의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상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상임위 상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동의안 처리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원내 1당인 신당 내부의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고 민노당은 당론이 아예 '반대'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4월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농어촌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비준동의안 처리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다른 정치인들도 총선 목전에 구태여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원웅 위원장도 공청회와 청문회 등 충분한 여론 수렴을 강조하는 식으로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상임위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한미FTA는 사실상 차기 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물론 외부 변수도 있다. 당장 한미간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쇠고기 수입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못지 않게 미국의 정치 일정도 무시할 수 없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는 8월 최종 결정되면 본격 대선 정국에 돌입, 한미 FTA는 자연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고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 한미FTA 재협상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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