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銀=금융기관' 아직 멀었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02.12 08:54
글자크기
"금리가 월 2%입니다. 연평균 30%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원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주식시장의 '개미' 투자자들이 그런 수익률을 낼 수 있을까요. 날고 긴다는 펀드매니저도 힘든 수준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미수거래가 중단된 후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주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증권사를 비롯해 여러 금융기관에서 취급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대출한도가 높은 저축은행 상품에 몰렸다고 한다.



정작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은 주식담보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상적인 투자로는 이자비용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A저축은행은 대출금리 월 1.9% 외에 6개월마다 1%의 취급수수료를 별도로 받는다. 이자나 수수료를 월 초에 선취하기 때문에 실질 이자율은 월 2%대 중반까지 치솟는다.



업계 최저금리라고 소개하는 B저축은행의 경우 금리는 월 1%지만 3개월마다 1%의 취급수수료가 붙는다. 역산하면 역시 월 2%대가 된다. 이쯤되면 담보대출, 신용대출 같은 제도권 상품을 넘어 대부업체와 다름없는 수준이다.

저축은행들은 "대출한도가 담보액의 300~400%로 높기 때문에 부실 충당을 위해 높은 금리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법규상 고객의 증권계좌를 조회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리를 대행하는 수탁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크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는 대출액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하거나 한도를 줄이면 가능한 부분이다. 수탁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1~2개 업체에 집중하면 가능할 것이다.


틈새시장에서 생존전략을 펼쳐야 하는 저축은행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이래서야 자산 50조원대의 명실상부한 금융기관이라 부를 수 있을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