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인사를 보면 경영 트렌드가 보인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02.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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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재계 임원인사 트렌드]-<1>부회장 전성시대

인사를 보면 트렌드가 보인다. 인사에는 한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과 승진을 통한 보상 수준, 핵심인재의 면면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정인사의 진퇴를 통해 내부의 정치적 지형도를 읽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조직의 흥망성쇠까지도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다'.

비자금 의혹에 대해 특검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을 제외한다면 현대기아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의 정기인사가 지난달말 마무리됐다.



올해 인사에서는 재벌 오너 일가의 승진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두산,한진 등 일부 그룹에서 3,4세의 경영수업 확대 움직임이 나타났고 범현대가의 현대백화점그룹에서 경영승계가 이뤄진 정도다.

두산가는 3세 박용만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고 4세 박정원 부회장의 역할도 커졌다. 한진은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이 승진했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은 범현대가 3세 중 가장 먼저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반면 전문경영인 부회장들은 대거 발탁됐다. 이는 각 그룹마다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면서 사업규모와 지역 등의 확대로 실무 부회장들이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고경영자의 직급이 '사장'이 아니라 '부회장'으로 인플레이션된 셈. 이 과정에서 일부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이와 함께 올해 인사의 특징은 글로벌 경영과 마케팅.영업 부문의 전진 배치, R&D 분야 중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R&D 능력과 이를 팔기 위한 마케팅.영업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대기업의 인사 특징과 새롭게 기업엘리트로 도약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두산.한진 오너 3,4세들 전진 배치

지난해에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의 전무 승진,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그룹 회장) 아들 3형제의 나란한 승진 등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빅 이벤트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재벌가의 인사는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 그룹 못지 않게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곳은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지난해 '밥캣'을 인수하며 재계의 M&A교과서로 통했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를 마지막으로 고 박두병 창업주의 3세가 모두 회장 반열에 올랐다.

두산가 4세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3세 중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인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은 (주)두산 부회장을 겸직하게 됐으며 차남인 박지원씨는 두산중공업 사장으로 임명됐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를 두산인프라코어 전무로, 차남인 박석원 두산중공업 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상무는 전무로, 차남인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은 상무로 각각 진급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박정원 부회장이다. 그는 지주회사격인 (주)두산에서 삼촌인 박용만 회장과 함께 부회장직을 맡게 됐으며(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주)두산에서는 부회장에 머물러 있다), (주)두산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 장자승계의 원칙을 유지해 온 온 두산그룹의 전통에 따라 박정원 부회장이 그룹 후계구도의 정점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3세들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또다시 한 계단씩 승진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장이 상무B에서 상무A로, 장남 조원태 자재부 총괄팀장은 상무보에서 상무B로 각각 승진했다.



이들은 지난해말 정기 인사에서 각각 상무B, 상무보가 된지 1년만에 승진했다. 특히 그룹의 핵심 부서인 자재부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조 상무는 지난 3월 한진그룹이 설립한 IT 회사인 유니컨버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기도 하다.

범현대가의 3세들 중에서는 그동안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가장 주목받았지만 회장 승진은 현대백화점 정몽근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부회장이 먼저 했다. 2003년 1월 총괄 부회장이 된 지 5년만에 36세의 나이로 그룹을 물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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