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관리소홀이 화(禍) 키웠다

류철호 기자 2008.02.1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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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문화재 관리 구멍 '도마위'

숭례문 화재, 관리소홀이 화(禍) 키웠다


10일 발생한 '숭례문' 화재가 관할 당국의 관리소홀이 부른 인재(人災)로 밝혀지면서 우리나라의 허술한 문화재 관리 실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문화재청은 물론 관리.감독을 담당한 행정기관의 무관심이 화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은 서울시 중구가 관리.감독을 맡아왔다.

중구 측은 숭례문 관리를 위해 평일의 경우 일반직 1명과 상용직 2명 등 3명을, 휴일에는 1명만을 투입해왔다.



그나마 이 직원들도 오후 8시까지만 근무를 해 왔으며 이후 시간대에는 사설경비업체가 관리.감독을 맡았다.

이로 인해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화재 등 각종 사고와 시설 훼손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숭례문에는 화재 등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시설도 전무했다.


화재 당시 숭례문에는 8대의 소화기만이 비치돼 있었을 뿐 일반 건물에도 대부분 설치돼 있는 살수기(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안전시설 미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원인 외에도 주요 문화재를 보관 및 보호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행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규에는 문화재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을 규정하는 별도의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

물론, 문화재 발굴이나 시설변경 등에 대한 조항이 있긴 하지만 사후관리방법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이는 문화재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들의 안일한 행태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정부가)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계승하는데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차피 '사후약방문'이겠지만 더 이상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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