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환헤지 상품 판매, '모럴 해저드' 논란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2.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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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오르면 큰 손해… 광주소재 공단, 신한銀 상품 집단 가입하기도

이 기사는 02월11일(08:5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에게 큰 손실을 안길 수 있는 환헤지 상품을 공격적으로 팔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환헤지 상품은 'KIKO(Knock-in·Knock-out)'구조로 짜여진 통화옵션으로 환율이 하락할 경우에는 헤지효과를 발휘하지만 반대로 환율이 오를 땐 되레 독(毒)이 된다. 일정 수준(상단 배리어) 이상으로 환율이 한번이라도 오르게 될 경우 계약금액의 두배 이상의 달러를 불리한 환율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10월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졌던 이후 외국계와 국내 은행들 대부분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KIKO 구조로 짜여진 외환옵션을 공격적으로 팔고 있다.



환율 하락이 최고조로 달하며 '800원대 환율 시대'가 여기저기서 언급되자 환차손 우려를 하고 있던 중소기업들에게 은행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외국환은행의 통화옵션 거래는 일평균 11억5000만달러로 전년대비 35.3% 급증했다. 은행들의 공격적인 옵션 마케팅 결과, 이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이 상품을 팔고 있는 은행들은 "올해도 환율은 내릴 것"이라며 여전히 구매를 권장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지점 직원들을 총 동원해 작년말과 올해 환헤지 옵션 팔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업용 합성수지를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외화 담당자는 "은행의 옵션 상품 판매자들이 요즘 매일 전화를 걸어서 상품을 권유하고 있다"며 "들어보면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몇년 동안 팔았던 상품 그대로"라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이같은 외환옵션 마케팅은 더욱 공격적이다. 전라남도 광주 소재 한 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신한은행의 환헤지 옵션 상품에 가입했다. 신한은행측은 "올해 시장변동성이 커져 좋은 조건의 옵션을 살 수 있는 상태여서 기업들이 직접 옵션 상품 구매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들어 환율이 예상을 깨고 955원을 넘어서기도 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한 기업 상당수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환율이 상승추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은행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 내부의 외환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외국계 은행 한 옵션 상품 담당자는 "최근 몇년동안 환율이 계속 하락해서인지 중소기업들에게 환율 하락에 대비한 옵션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은행 세일즈팀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과도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환율을 전망하고 또 실제 맞춘다는건 신의 영역이라 힘든 일이지만 그동안의 흐름과 다른 분위기를 은행들도 감지하고 있을건데 그동안 하락쪽으로 편향된 옵션 상품들을 무리하게 팔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에서 10년 이상 외환을 관리하고 있다는 한 중소기업 임원은 "환율이 아래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경우 은행들이 마케팅을 해서 기업과 은행이 공생하는 것이야 이해가 되지만 최근처럼 방향에 대한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스크에 대한 책임 없이 옵션 팔기에 열을 올리는 은행들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IKO 구조의 외환옵션은 한국외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과 SC제일은행, HSBC 등 외국계 은행 대부분이 팔고 있다. 다만 만기 혹은 달러를 파는 환율(행사가격), 월별 옵션 행사여부(윈도우 구조)에 차이가 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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