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제 후유증…건설사 부도 본격화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8.02.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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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수주 손실 보존책인 주택시장도 마비, 경영상태 급격 악화

'최저가낙찰제' 시행으로 저가의 공사를 수주해 온 건설사들이 부도를 내는 등 관련 후유증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잇단 저가 수주에도 손실 보존책이 돼 왔던 주택시장마저 무너지면서 관련 건설사들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건설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227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된 우정건설의 경우 2006년 이후 무려 11건의 최저가낙찰제 적용 공사를 수주해 왔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120위인 이 회사가 수주한 최저가 대상공사 중 10건은 공공기관이 발주한 아파트 건설공사로, 이들 사업의 평균 낙찰률은 60%대에 그쳤다.

하지만 통상 공공기관 발주 아파트 건축공사의 경우 예정가격이 다른 발주공사에 비해 낮아 낙찰률이 80% 선은 돼야 손실이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의견이다. 따라서 우정건설은 2년여간 주공아파트 건설공사를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수주함으로써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해 6월 부도를 낸 신일(54위)도 마찬가지다. 신일의 경우 무리한 지방 아파트사업도 문제였지만 남양주, 판교, 원주, 서울 상암동 등에서 아파트 공사를 저가에 수주한 것도 부도의 원인으로 꼽힌다.

토목이나 일반건축공사 역시 최저가 낙찰로 인한 업체들의 고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부도처리된 거림건설(275위)의 경우 2006년이후 각각 65% 내외의 낙찰률로 도로, 건축 등을 잇따라 수행해 왔다.

건설업계는 이처럼 최저가낙찰제 수행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의 원인이 무엇보다 저가 낙찰이란 점에서 앞으로도 더 많은 업체들이 부실화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 2001년 글로벌 스탠다드 이행을 명목으로 도입한 최저가낙찰제의 평균 낙찰률은 50~6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저가 공사 수주업체들은 대부분 다른 분야에서 손실을 보존해 왔지만,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발주 부진으로 다른 분야에서 수익 확보가 어려운 구조로 바뀌면서 경영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공사 의존도가 평균 22.4%인 대형업체보다는, 의존비중이 44.5%로 배 가량 높은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는 따라서 이미 예고된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 확대를 철회하는 동시에, 최저가 대신 적격심사제도를 '최고가치 낙찰제도'(Best Value)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정책실장은 "무조건적으로 예산을 절감하는 게 옳은 방법은 아니다. 다만 예산절감을 하려면 (최저가낙찰제 확대보다는)과다설계 시정, 시공방법 개선, 장기계속공사 계약제도 개선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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