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 문의쇄도…두번 우는 태안

머니투데이 최태영 기자 2008.02.0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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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하락 기대에 급매물 찾는 수도권 투자자 몰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한 달째, 전 국민의 자원봉사 대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곳을 찾는 이들이 또 있다.

서울.수도권 부동산 투자자들의 행보다. 기름 유출 여파로 인해 가격 하락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매수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4일 현지 부동산중개업계 등에 따르면 일부 수도권 투자자들은 이미 10-20% 하락한 토지를 매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름유출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태안군 소원면 모항 주변 및 만리포해수욕장 일대. 이곳 시세는 실제 사고 이전 대비 기존 펜션의 경우 20-30% 정도 하락했다. 향후 개발 잠재력이 있는 나대지도 하락해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주민 A모씨는 최근 만리포해변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다 중단했다. 3년 전 13억원을 투자해 운영하다 이번 사고로 관광객의 발길이 일시 주춤, 영업에 타격을 입자 10억원에 급매물로 내놨다. 하지만 투자금액 중 상당수를 대출받아 사업을 했던 터라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게 A씨의 속사정이다.



수년전 이곳 땅을 대거 사들였던 현지 주민들이 월 이자부담을 버티지 못해 나오는 급매물도 상당수다. 태안읍 인평리 B부동산 관계자는 “월 이자만 2000-3000만원씩 내는 주민들도 많다”며 “투자자들의 매수 대상 대부분이 이처럼 급매물로 나오는 현지 주민들의 물건”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개업계는 토지거래허가지역이지만 거래에 문제는 없다고 했다. 안면읍 창기리 W공인 관계자는 “ 실제로 땅을 산 사람들 대부분이 수도권 투자자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상황을 부풀려 매수에 나셔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태안읍 남문리 C공인 관계자는 “이번 사고 여파로 땅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 땅을 저가에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자원봉사자들보다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현지 급매물 정보를 악용해 태안 일대 땅값이 하락한다는 루머로 땅을 매입한 수도권 투자자들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태안지역이 지난달 30일 토지투기지역에서 풀리며 일시 호재도 작용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지역이라 거래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태안군 태안읍 사구팔구공인 최병희 사장은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봤자 토지거래허가지역이라 의미가 없다”며 “기름 유출 사고까지 겹치며 매수세는 완전히 실종된 상황임인데도 외지인들의 문의는 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부동산 중개를 20년 가까이 했지만 생계를 비관해 자살하는 주민들도 나오는 판에 한편에선 땅 사겠다고 하는 외지인들이 반가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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