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자"괴로워"…'여유·포기·소신'

김성호 기자 2008.02.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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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장 대응 가지가지…'노심초사족' '소신족' 등

"해도 너무하네. 그냥 환매해 버려?", "난 장기투자할 생각이었으니깐 기다리지 뭐", "나중에 오를거 같은데 조금 더 넣을까?"

미국발 악재로 주가하락이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펀드투자자들의 고민도 각양각색이다. 상승장을 겪었던 투자자들은 이미 기대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만큼 이번에 환매를 고려하는가 하면, '꼭지'(증시정점)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또, 일부 '영악한' 투자자들은 향후 상승장을 기대하며 최근과 같은 조정장에서 자금을 더 넣어야 하지 않을까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 1600선이 무너지는 등 국내외 증시 급락으로 국내 성장형 주식형펀드는 3개월 25%, 연초이후 15%가량 손실을 입고 있다. 국내외 주식형펀드 에서 올해 발생한 손실만도 20조원이 넘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펀드투자자들은 '여유족', '자포자기족', '노심초사족', '배짱족'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간접투자시장이 활성화된 이후 처음으로 큼직한 하락장을 겪다보니 그동안 몰랐던 투자자별 성향이 고스란이 나타나고 있는 것.

◇여유족 : 이미 고수익, 환매냐 새로운 투자냐 ='여유족'은 강세장에서 고수익률을 달성해 조정장에서도 손해를 보지않아 여유롭게 환매를 고려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20대 남자 직장인 A씨는 2년전 회사로부터 인센티브로 받은 1000만원을 인도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에 거취식을 넣어 두었다. 이 펀드는 인도증시의 상승과 함께 1년후 수익률이 60%를 초과했으나 최근 글로벌 증시악화로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수익률 때문에 최근과 같은 험난한 장세에서도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거두고 있어 A씨는 더 이상을 욕심을 부리지 않고 환매해 볼 생각이다.


30대 남자 직장인 B씨 역시 작년에 가입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의 가치주펀드가 현재 30%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B씨는 성공투자에 힘입어 얼마전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이탈했을 때 '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에 소액을 불입, 새로운 펀드투자에 나섰다.

◇자포자기족 : 수익률 쳐다보기도 싫다 ='여유족'과 반대로 '자포자기족'이 있다. 수익률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다보니 아예 수익률 자체를 쳐다도보지 않는 것.



20대 중반의 여자 직장인 C씨는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형'펀드에 1년여 투자하고 있다. C씨는 매달 40만원씩을 적립식으로 불입하고 있는데, 조정장세속에 수익률을 -40%를 기록, 그야말로 울상이다. C씨는 "요즘 주가소식을 접하면서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돈이 필요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2~4년을 바라보고 시작한 것이어서 아예 주가뉴스에 관심을 껐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 최근 판매사에서 누적수익률이 20~30%가량 되는 투자자들에게는 환매를 권하지만 그정도 수익을 못 낸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켜보라는 조언을 한다고 귀뜸했다.

◇노심초사족 : 환매하기도 그렇고 더 투자하자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햄릿형 노심초사족도 있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환매하기는 아쉽고, 그렇다고 더 들어가기에는 리스크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고민만하는 사람들이다.

30대 중반 한의사인 D씨는 작년 12월 '미래에셋인디아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 매달 10만원씩을 불입하고 있다. 평소 주식과 펀드로 재테크를 C씨는 증시불황 탓에 수익률이 좋지는 않지만 투자기간이 짧아 일단은 관망할 계획이지만, 계속되는 하락장에 재테크 수단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번민 중이다.



20대 후반 여성 직장인 E씨 역시 작년 11월 '피델리티인디아펀드'에 월 20만원씩을 넣고 있지만 시원찮은 수익률 탓에 말도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에서 "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얘기가 나오면 펀드에 더 가입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된다고 한다.

◇소신족 : 한번 선택은 영원한 선택..끝까지 간다 =시황에 일희일비하지않고 선택한 펀드에 끝까지 돈을 넣겠다는 소신파 투자자도 있다.

20대 후반 남성 직장인 F씨는 '미래에셋좋은기업주식형펀드'에 3년째 투자하고 있다. 매달 30만원씩 넣고 있는데, 작년 하반기 최고 67%까지 올랐던 수익률이 최근 30%대로 추락하면서 자산도 200만원가량 줄었다.



그러나 F씨는 당장은 움츠러들긴 했지만 어차피 적립식으로 불입하고 있고, 언제가는 다시 수익률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애당초 없던 돈이라 생각하고 계속 자금을 넣겠다는 생각이다.

◇올해들어 주식형펀드 가치 20조원 이상 증발 =국내외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올 들어 처음으로 12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1일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및 해외주식형펀드 순자산총액은 119조9463억원으로 전일 대비 3조7702억원 감소했다. 이는 설정액(127조2493억원)보다 5% 이상 낮은 금액으로 주식형펀드 전체적으로 원금 대비 손실을 입고 있다는 뜻이다.



 2008년 이후 순자산 감소액은 17조2404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주식형펀드로 2조4991억원이 유입된 것을 감안하면 20조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내주식형펀드로는 재투자분(163억원)을 제외하고도 721억원이 유입됐다. 증시 급락에도 자금유입 추세는 지속돼 대규모 환매우려는 잦아들고 있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4 C-A'와 'PCA베스트그로쓰주식I- 4'로 각각 142억원, 126억원이 유입됐고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K- 2Class A',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 2(CLASS-A)'로 41억원, 39억원이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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