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분형 아파트 '공짜 점심' 아니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원장 2008.02.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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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분형 아파트 '공짜 점심' 아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격언 중의 하나다.

참여정부에서 환매조건부나 토지임대부로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나섰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글귀가 바로 이 격언이었다.

환매조건부나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가계에 있어서 주택은 거주의 수단이자 자본 축적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반값아파트는 주택을 거주의 수단으로만 인정한 제도다.



가계가 반값아파트를 구입하는 순간, 그 가계는 주택을 통해 자본을 축적할 기회를 잃게 된다. 가계는 반값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웬만큼 낮지 않고서는 그런 기회상실 비용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값아파트가 공짜 점심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4분의 1 가격 아파트라는 자극적인 단어와 함께 등장한 '지분형 아파트' 역시 공짜 점심이 아니라고 본다. 재정부담없이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제도인 것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이 제도 역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없다면 반값아파트와 같은 실패를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지분형 아파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원천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세보다 싼 분양가이고, 다른 하나는 주택가격 상승이다. 만약 분양가 상한제에 의해 시세의 80% 수준으로 주택을 분양한다면, 주택가격이 연평균 6%씩 상승해야만 투자자는 10년 뒤 연평균 8%대의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 투자수익률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주택소유자가 15년 동안 주택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7%대로 떨어진다. 저렴한 분양가에 의해 수익률 증대 효과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라면, 주택소유자는 주택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 51%의 지분으로 임대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어 주택을 매각하기 보다는 임대차를 통해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더 유리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수익률은 하락하는데 투자지분을 회수할 방안이 없는 투자 상품을 과연 누가 투자할까? 이에 대해 인수위에서는 자산유동화 제도를 이용한 투자지분 회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투자지분 유동화와 투자지분 회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다. 투자지분을 ABS로 만들어 팔 때, 이를 사주는 사람 역시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투자자는 투자지분을 대폭 할인, 매각할 수밖에 없고 그 손실은 최초의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결국 지분형 아파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정 시점 뒤 일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확약을 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확약의 대가는 정부의 재정 부담이고, 그 재정 부담은 세금의 형태로 국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제도가 더 효율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지분형 아파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익은 정책을 밀어붙였을 때,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참여정부에서 이미 신물 나게 겪었던 일을 새 정부에서도 겪는 그런 불상사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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