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정원이 왜 필요해?"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1.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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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정원에 대한 인수위 생각은?

"교육부가 알아서 늘려주면 좋은데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정원에 대한 인수위 모 관계자의 말이다. 작년 10월 말 교육부가 정한 정원 2000명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인수위가 로스쿨 정원을 늘리겠다고 나설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는 뜻이다. 로스쿨 문제에 대한 인수위 전반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지켜만 보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참여정부가 금지옥엽처럼 다루던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중 '2불'을 파 묻는 마당에 로스쿨 정원 좀 늘리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의 다른 관계자는 "정원이 왜 필요한가?"라며 도발적으로 되물었다. 당초 로스쿨 설립 취지 자체가 다양한 전공을 가진 법조인 양성, 법조인 증가에 따른 법률서비스 공백 감소라면 굳이 정원을 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로스쿨을 짓겟다는 학교는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허가해 주고, 정원 역시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변호사 시험도 커트라인만 통과하면 전부 합격시키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제한하지 말고 일정 기준만 통과하면 전부 합격시키되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생존하게 해야 한다는 것. 변호사 수가 갑자기 너무 늘어나 법률시장에 충격이 예상된다면 전체 정원을 늘였다 줄였다 할 게 아니라 로스쿨 교수 수에 비례한 정원 기준만 마련하면 된다는 판단이다.



인수위의 이런 생각은 '자율, 다양, 분권'이라는 새 정부의 교육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규제를 풀어 대학에게 자율을 주되 심판은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은 차별화, 특성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혜택은 학생과 법률 수요자들이 만끽한다는 시장주의 원리다. 이는 영어공교육 프로젝트와 영역만 다를 뿐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이나 매커니즘은 같다.

새 정부의 이런 매커니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총 정원이 최소 3000명은 넘어야 한다. 지난해 8월 한국법학교수회는 2009년 개원시 총 정원이 3200명은 돼야 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제출한 바 있다. 대학의 교육여건과 변호사 수요를 감안하면 4100명이 적정하지만 단기 충격을 감안해 초기에는 3200명 정도로 하고 이후에는 자율에 맡기자는 방안이다.

아직 인수위가 로스쿨에 대해 공식 의견을 내놓은 바는 없다. 지난 9일 '로스쿨정원 수도권 비중 높인다'는 기사가 오보라는 확인 정도가 전부. 인수위는 "로스쿨에 대한 논의를 한 바가 전혀 없으며, 따라서 교육부와도 로스쿨 정원의 서울권역대 비서울권역의 비율을 포함해 관련 사항에 대해 협의한 바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학교육위의 25개 대학 발표안을 보면 결과적으로 당시 보도는 오보가 아니게 됐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새 정부 출범 후 로스쿨 제도는 다시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예비 인가대학 발표 시기를 당초 3월에서 1월로 앞당기며 서두르고 있지만 수능등급제도 단칼에 베어 버린 새 정부가 이를 그대로 지켜보고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인수위 한 관계자는 "(로스쿨에 대해) 생각도 별로 안하고 있고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영어공교육 프로젝트에 '올인'한 상태여서 다른 문제들에 집중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영어'와의 전투가 일단락되면 로스쿨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로스쿨 최종 인가 시점인 올 9월 전까지 어떤 형태로든 '로스쿨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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