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채권 판결, 삼성 측 부담은 얼마?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1.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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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래 최대 규모 소송이라고 일컬어졌던 이른바 '삼성자동차 채권단' 소송의 판결이 31일 내려졌다.

삼성차 채권단 측은 199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그룹 계열사와 맺은 '합의서'에 따라 채무 원금 2조4500억원에 채무 위약금을 더해 총 5조2000억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단 '위약금' 6900억원을 삼성 계열사들이 지급하고, 삼성차 채권단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을 판 뒤 그 매각대금을 채권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삼성 측에서 채권단 보유 주식을 주당 70만원에 매각하지 못한다면 추가 부담을 지라고도 판결했다. 결국 삼성 측의 추가 부담 규모는 '삼성생명'의 주식 가치가 얼마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모두 1999년 맺어진 '합의서'에 기초를 둔 판단이다.



◇소송 배경 = 삼성그룹은 1999년6월30일 유동성위기를 겪던 삼성자동차를 회사정리절차에 회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어 채권단 등에게 이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을 최대 400만주를 출연하기로 하는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그해 8월 삼성차 채권단과 이 회장, 그룹 계열사는 이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무상 증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내용은 이 회장이 도의적 차원에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게 2000년12월31일까지 무상 증여하고 증여액이 2조4500억원에 부족할 경우 50만주를 추가 증여한다는 것.


추가 증여로도 2조4500억원에 부족할 경우 삼성 계열사들이 자본출자와 후순위채권 매입을 통해 손실을 보전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삼성차 채권단은 이 회장한테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지급받았지만, 삼성생명 상장에 진전이 없고, 주식 매각도 이뤄지지 않자 1999년 12월 이 회장과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원금 2조4500억원과 위약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채권단 측 주식, 삼성이 주당70만원에 팔아줘야 = 소송의 쟁점은 역시 1999년 8월 작성된 '합의서'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지였다.

일단 재판부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채권단 측에 제공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는 2조4500억원을 갚기 위한 '담보' 차원이 아니라 '증여된 것'으로 판단했다.

합의서에 '증여'임을 명시하고 있고, 채권단에 속한 금융회사들이 모두 자신들 소유 자산으로 회계처리하고 있기 때문.



'담보'가 아니기 때문에 삼성 측에서 2조4500억원을 당장 '갚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채권단 측의 현금 지급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합의서에 '삼성 측은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2000년12월31일까지 처분해 그 대금을 채권단에 지급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삼성 측에서 주식 처분 및 처분 대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채권단 중 하나인 서울보증보험이 이들 주식 가운데 116만5955주를 주당 70만원에 이미 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한 상태. 따라서 삼성 측은 나머지 주식인 233만4045주에 대해서만 처분 및 처분 대금 지급 의무를 진다.



결국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합의서에 따라 삼성 측은 삼성차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233만4045주를 주당 70만원에 팔아 그 금액인 1조6338억31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위약금 6900억원 어떻게 나왔나 = 삼성 계열사들은 합의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서 위약금 조항에 따라 주식 처분 마감 시한인 2000년12월31일 이후에는 미지급금 부분에 대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합의서에 따르면 2000년12월31일까지 삼성생명 주식 매각 및 매각대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삼성 계열사들은 지연이자 상당액의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위약금 지급 기준액은 2조4500억원이 아니라 삼성 계열사들에 처분 의무가 있는 삼성생명 주식 233만4045주에 상응하는 1조6338억3150만원이다.

당초 합의서에는 이 경우 위약금 이자율에 대해 우리은행(옛 한빛은행) 은행계정 연체이율(연 19%)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 이율은 연 6%로 한다'는 상법을 적용해, 이자율을 6%로 대폭 낮췄다.

재판부는 이자율 축소 이유에 대해 "△형식상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차의 채무에 대해 보증 등 채무를 부담하지 않았었고 △채권단들이 이 주식을 증여받아 매년 배당금을 지급받았으며 △채권단으로서도 2001년1월1일 이후 이들 주식을 처분할 수 있었음에도 처분하지 않았고 △상장이 이뤄지지 않아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면도 있는데 삼성 측 책임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 따른 이자는 단리로 계산된다. 연 6%의 이자율을 적용할 경우 삼성 측에서 부담할 위약금은 현재까지 69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 측 추가 부담 금액은? = 만약 삼성생명 주식이 70만원에 못 미쳐 매각 대금 또한 1조6338억3150만원이 안될 경우 역시 합의서에 적시한 대로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최대 50만주까지 채권단에 추가로 증여한다는 것도 이번 판결 내용이다.

역시 합의한 대로 삼성 계열사는 이 추가증여 주식에 대해서도 '매각' 과 '매각대금 지급' 의무를 지게 된다.



이 회장이 추가로 50만주를 증여했는데도 이를 처분한 금액을 합한 돈이 1조6338억3150만원에 이르지 않는다면, 삼성 계열사는 삼성차 채권단에 대한 출자나 후순위 채권 매입 등의 방법으로 부족분을 메워줘야 한다.

결국 삼성측의 부담 규모는 일단 연 6%를 적용한 이자 6900억원이며, 이후 삼성생명 주식 처분시 매겨지는 가격에 따라 추가 부담금이 결정된다. 만약 삼성 측에서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을 주당 70만원에 판다면 위약금 6900억원을 제외한 추가 부담금이 0원이 된다.

그러나 삼성생명 주식 처분 가격이 70만원을 밑돌 가능성이 많아 이 회장이나 삼성 계열사들이 일정 정도 추가 부담을 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등 채권은행들이 2000년 법인세를 신고할 당시 삼성생명의 주당 가치를 30만원 내외로 평가했으며, 행정소송에서도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70만원에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장외 거래에서도 삼성생명은 주당 70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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