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위기감에 덜컥 든 '환헤지 상품' 탓에…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2.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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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에 KIKO옵션-'Knock-in' 잇달아

이 기사는 02월04일(15: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908.50원이었던 작년 11월8일.



경북 소재, 섬유 수출 중소기업인 A사는 떨어지기만 하는 환율을 걱정하던 차에 외환은행으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환율이 89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50만달러를 매달 910원에 팔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저기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아우성이었던 상황이라 A사는 이 상품이 정확하게 어떤 구조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덜컥 가입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해가 바뀌면서 이 기업은 '죽을 맛'이라고 한다. 환율이 935원을 넘는 달마다 계약금액 50만달러의 두 배인 100만달러를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책임은 기업 스스로에 있다. 어떤 상품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 파악이 중요하고, 위험과 수익의 기회 배분을 전략적으로 택해야한다. 그런 개념 이 없었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였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로 진입한 작년 하반기에 외국계와 국내 은행들에서 취급하는 FX옵션(대부분 KIKO구조)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이 950원대 수준으로 오르면서 900원대 초반에 가입했던 KIKO(Knock-in·Knock-out) 옵션이 상단 레인지를 계속해서 터치(넉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단 레인지를 터치하자 현재 환율보다 30~40원 낮은 수준에 계약금액의 두 배의 달러를 매달 팔면서 손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이미 955.80원까지 올라 이보다 30~40원 낮은 수준에서 계약이 된 KIKO옵션은 다 넉인이 됐다고 보면 된다. 넉인이 되면 손실이 난 만큼 은행에 돈을 내어주어야 한다. 게다가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평가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A사 뿐 아니라 작년에 KIKO옵션을 사서 올해 손실이 커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 상품이 수출업체들을 타깃으로 환율 하락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KIKO옵션이란 시장환율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달러를 팔 수 있는 행사가격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아래와 위 배리어(Barrier)를 둬 이 배리어 터치시 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환헤지 상품이다. 만기까지 월별로 옵션 행사여부가 결정되는 윈도(window) 구조가 대부분 첨가된다.

넉아웃(Knock-out) 배리어가 890원이고 넉인(Knock-in) 배리어가 935원, 행사가격 910원인 6개월 만기 계약금액 50만달러 KIKO옵션을 산 A사를 가정하면 이렇다.

11월8일부터 12월8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890원 밑으로 한번이라도 가면 계약이 무효가 된다. 이럴 경우 새롭게 헤지를 해야 한다. 11월8일 이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890원 밑으로 가지 않았으니 이 계약은 유효하다.

그러나 상단 배리어인 935원을 터치하면 100만달러를 910원에 팔아야 한다. 지난 11월22일 장중 고가가 936.50원을 기록했기에 A사는 910원에 100만달러를 팔아야 했다. 약 2500만원(100만달러*[935원-910원])을 외환은행에 줘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계약 기간인 12월8일과 1월8일 사이에도 원/달러 환율이 935원을 넘어섰기에 또 2500만원 손실을 봤다. 남은 4개월 동안에도 월별로 환율이 935원을 넘는 때가 잠시라도 생기면 계속해서 2500만원씩 손실이 가중되는 것이다.

상하단 배리어 터치 없이 월별 계약 기간동안 환율이 890원과 910원 사이면 910원에 50만달러를 팔 수 있다. 910원과 930원 사이면 옵션 수수료(옵션 프리미엄: 대부분 제로코스트라 프리미엄 없음)를 포기하고 시장환율에 재량껏 달러를 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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