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선정돼도 불만, 탈락은 더 불만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2008.01.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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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안배, 정원수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집단 반발 움직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예비인가 대학 선정은 잠정 완료됐지만 최종 선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인가를 받은 대학들도 정원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탈락 대학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 반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41개 대학 가운데 25개 대학 선정...수도권 지역에 57% 배정



30일 법학교육위원회는 내년 3월 개교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전국 25개 대학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로스쿨 설치 인가를 낸 41개 대학 중 수도권 지역에서 15개, 나머지 권역에서 10개 대학이 뽑혔다.

수도권 지역(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 15곳에는 로스쿨 총정원 2000명 가운데 57%인 1140명이 배정됐다. 당초 로스쿨 총정원 2000명 중 서울권역과 지방권역의 정원 배정비율은 52(1040명) 대 48(960명)이었으나 현지 실사 이후 서울권역의 정원이 5%(100명)추가돼 정원 비율은 57(1140명) 대 43(860명)으로 최종 조정됐다.



법학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예비인가 대학 심사 과정에서는 법조인 배출실적, 교수 연구실적 등의 `실적 변수'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법조인 배출실적 배점은 총점 1000점 가운데 25점(최근 5년 간 사법시험 평균 합격자수 15점, 최근 5년 간 법학과 졸업생 대비 합격자수 10점)으로 대학별 수준을 크게 벌려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나머지 배점 요소는 교육목표, 입학전형, 교육과정, 관련단위 학점 등으로 미미한 차이를 보였다.

최근 5년간 대학별 사시 합격자수는 서울대 1685명, 고려대 832명, 연세대 548명, 성균관대 289명, 한양대 282명, 이화여대 206명, 부산대 142명, 경북대 107명, 경희대 84명, 전남대 76명, 서강대 72명, 중앙대 69명, 한국외대 68명, 건국대 53명, 전북대 3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학교의 '사시 싹슬이' 현상은 로스쿨 설치 예비 인가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인가 받은 대학도, 탈락 대학도 "승복하기 힘들다"



서울대는 전체 예비인가 대학 중 가장 많은 150명 정원을 확보했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연세대에는 120명씩의 정원이 배정됐다. 이화여대와 한양대에는 각각 100명, 중앙대에는 80명, 경희대에는 70명이 확정됐다.

강원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아주대, 한국외대는 각각 40명 정원으로 정해졌다. 그외에 건국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인하대 등도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지방권역에서 로스쿨 예비인가가 결정된 곳은 충남대와 충북대(대전, 충청권역), 경북대, 영남대, 부산대, 동아대(영남권역), 전남대, 전북대, 원광대, 제주대(호남권역) 등 10개 대학이다. 이 중 부산대와 경북대, 전남대의 정원은 각 120명으로 지방권역 대학 중 가장 많은 정원을 확보했다.



전체 정원의 48%인 860명이 배정됐지만 총정원의 60%를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던 지방 대학들은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권역 선정에서 배제된 한 대학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를 얼마나 잘 살렸는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예비인가를 획득했지만 신청 인원보다 적은 정원을 배정받은 대학들도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잠정 발표된 정원수로는 로스쿨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청 인원보다 33%나 적은 100명을 배정받은 한양대는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최태현 한양대 법대 부학장은 "객관적 기준에 의해 인가 여부와 정원을 배정했다고 하지만 납득할 수 없다"며 "정보공개 청구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최 부학장은 "공식적으로 지금과 같은 심사 결과가 발표되면 법대 교수 이름으로 로스쿨 예비인가 심사결과 수용 불가에 대한 성명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대와 단국대, 동국대, 숙명여대 등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집단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이 날 긴급 교수회의를 열고 서울과 지방의 나눠먹기식 선정에 피해를 봤다는 입장 아래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전략홍보실 관계자는 "최종안이 발표된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혹스럽다"며 "분배에만 치중하느라 제대로 된 심사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240억원을 들여 교육전문법과대학원 설립과 기숙사, 모의법정 등을 준비해 온 조선대의 김춘한 법과대학장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는대로 이번 심사에 승복할 수 없는 대학들과 뜻을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쿨법 비대위는 이 날 성명서를 내고 "인가 대학수를 25개로 한정해 대학간 서열화를 고착시키고 충분한 자격을 갖춘 대학들을 탈락시켰다"며 "정원수 편차에 대한 수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교육부장관에게 재심의를 요구하는 한편 이번 안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법률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는 각 대학들이 제출한 로스쿨 사업계획서와 예비인가 대학들의 사업계획 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8월 중 실사를 거쳐 9월 본인가 대학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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