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둔 쌍용건설, 그들의 '마지막 승부'

더벨 박준식 기자 2008.02.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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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매각과 김석준의 그림자④·끝

이 기사는 02월01일(07: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김석준 회장은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쌍용건설 (0원 %) 공개매각은 그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승부처다. 우리사주조합과 채권단이 펼칠 최후일전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우리사주조합은 김 회장과 한 몸이다. 김 회장이 옛 오너라서가 아니라 쌍용건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다. 만약 이들의 바람과 달리 공개매각이 성사되면 외부 경영진이 들어오고 김 회장이 머물기는 어려워진다.



사실 구조조정 이후 회사에 남은 이들은 모두 '김회장의 사람들'이다. 직원 중 3분의 2가 회사를 떠날 때 김 회장이 내건 회생가능성을 믿고 남은 이들이다. 하나로 똘똘뭉친 이들의 응집력이 지금의 쌍용건설을 만들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재건의 원동력은 쌍용건설 직원 스스로가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직원들은 △유상증자와 △도곡동 동신아파트 리모델링 △경희궁의 아침 △싱가포르 대규모 수주 등 생사의 변곡점에서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채권단은 그동안 실책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우선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하면서 기업 살리기를 외면했고, 그 명분으로 우선매수권을 내어주면서 지분 권한일부를 스스로 포기했다.

긴박했던 순간에 뚜렷한 역할을 맡지 못한 것은 물론 워크아웃이 끝난 이후에도 매각시기 조절에 실패했다. 주 채권자이면서 정부기관인 자산관리공사가 공적자금회수와 임직원 공로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게 주요 원인이다.

쌍용건설 내부의 단합은 그동안 더 조밀해 졌다.

조합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공개매각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개매각은 단기적으로 채권단 이익에 기여할 지 모르지만 매각이 성공하면 회사는 분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회생을 이끈 종업원들이 주축이 되는 지주회사가 분열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조합의 주장이다. 김 회장이 정점에 서는 종업원회사의 독립경영이 임직원의 공로를 보상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쌍용건설의 해외사업 실적은 '김석준'이라는 브랜드에 예민하다. 김 회장이 30년 이상 쌓은 네트워크로 어렵게 공사를 따내면 직원들은 총력을 기울여 수익을 만들어 낸다. 직원들에게 "실패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라는 각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임직원이 분열되면 이와 같은 성공방정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재계도 이 사실을 알고 김 회장에게 기회를 내줬다.

쌍용건설 인수를 계획했던 LG와 두산, LIG, 효성, 동양, 한화, 대성, 대한전선, STX 등 쟁쟁한 기업집단들이 모두 공개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김 회장과 쌍용건설 임직원들의 '마지막 승부'에 대한 예우다. 때로 의리와 명분이 실익에 우선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 최종입찰에 나선 5개 후보는 2000년대 이전에는 군소회사에 머물던 기업들이다.

김석준 회장은 최근 LG가(家) 고 하정임 여사의 빈소를 찾아 말 못할 고마움을 마음으로만 전달했다. 친분이 있는 그룹 총수들이 모두 김 회장의 손을 잡아 주었다는 게 당시 빈소에 머물렀던 관계자들의 말이다.

마지막 승부처에 들어선 우리사주조합은 국민연금 펀드와 여론의 지지를 얻어 경영권을 쟁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공개매각에 참여한 5개 후보가 얼마나 높은 가격을 써내느냐가 변수로 남아있지만 질 수 없는, 져서는 안되는 게임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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