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전화 주도권 '누가 잡을까'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1.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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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전화의 반란(하)]LG데이콤 파상공세에 KT '공격'형 방어

집전화 주도권 '누가 잡을까'


요즈음 '집전화'에 가입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 휴대전화 하나면 족하다는 것이다. 집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하는데 굳이 요금을 물어가며 귀찮게 '집전화'를 둘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그러나 집전화의 필요성을 못느끼는 사람들도 조만간 '집전화'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 올 것이다. 집전화가 일반 유선전화(PSTN)에서 인터넷전화(VoIP)로 대체되면, 단지 전화를 '전화기'로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인터넷전화'는 그야말로 인터넷망(IP)으로 통한다. 초고속인터넷도 IP로 통한다. IPTV도 IP로 통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따로 존재했던 통신망과 인터넷망, 방송망이 'IP'라는 하나의 망으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망의 통합은 서비스 통합을 재촉한다. 다시말해, 각각 별도로 가입해야 했던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IPTV서비스 상품을 '결합상품'을 통해 '원스톱'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집전화의 대표주자로서 '인터넷전화'가 결합상품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일명,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라는 명칭으로, 3가지 상품을 묶은 '결합상품'은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KT는 물론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케이블TV방송사까지 저마다 TPS 결합판매 시장에 뛰어들면서, '집전화'는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 맞고 있다.

▲주요 인터넷전화업체의 사업계획 현황▲주요 인터넷전화업체의 사업계획 현황
◆결합상품의 감초, 인터넷전화

인터넷전화가 올해부터 본격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올 4월부터 쓰던 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로 번호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전화가 '결합상품'의 감초격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는 일반 유선전화보다 원래 요금이 싸다. 그런데 결합상품을 통해 한꺼번에 패키지로 구입하면 추가로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싸질 수밖에 없다. '결합상품'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로 가입할 때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다.

LG데이콤 등 후발통신업체들이 인터넷전화 가입자 모집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인터넷전화는 일반전화 시장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시장까지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업체들은 시장지배적사업자인 KT와 달리 할인율 등 결합서비스 출시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결합상품을 구성해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KT도 후발업체들의 이같은 전략을 모를 리 없다. KT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도입되는 오는 4월부터 인터넷전화 신요금제를 비롯해 인터넷전화를 필두로 한 결합상품을 내놓겠다고 나서는 이유도 후발업체 견제 차원이다. KT는 올해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100만명 확보한다는 목표아래 '방어를 위한 공격'에 나서고 있다.

◆LG데이콤, TPS로 승부수



유선통신업체 가운데 인터넷전화 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 나서고 있는 곳은 LG데이콤 (0원 %)이다. LG데이콤은 지난 2005년 시내전화시장에 진출했지만, 시장진출 3년째인 지난해말 현재 가입자수는 18만명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시내전화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KT의 벽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LG데이콤이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인터넷전화 'myLG070'은 시내전화 가입자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myLG070' 가입자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벌써 22만명을 넘어섰다.

LG데이콤은 이런 여세를 몰아 올해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140만명까지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를 묶어 제공하는 'TPS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터넷전화는 업계 최저 수준의 요금제와 번호이동제 도입 등에 발맞춘 마케팅 강화로 가입자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LG데이콤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엑스피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자회사 LG파워콤과 공조해서 인터넷전화 가입자 모집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올해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가입자 목표 140만명 가운데 80만명을 LG파워콤 초고속가입자 시장에서 거둔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전화 myLG070과, IPTV myLGtv, 자회사인 LG파워콤이 제공하는 광랜 엑스피드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TPS를 이용할 경우 개별 상품을 이용할 때보다 최대 27%가량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LG데이콤의 설명이다.

◆KT, '공격'으로 수성 나선다



KT (41,800원 ▲100 +0.24%)도 올해부터 인터넷전화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건다. 일반 유선전화에서 인터넷전화로 패러다임 변화를 거스르기보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주도권을 먼저 확보해 집전화 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지난해말부터 기존 인터넷전화에 인터넷뱅킹·정보검색·교통정보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결합, 생활편의를 제공하는 인터넷기반 멀티미디어서비스(SoIP) 개념을 내놓고, 이에 발맞춘 구체적인 사업전략을 준비해왔다.

KT가 SoIP를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가입자에게 단순한 음성서비스 중심의 인터넷전화만을 제공할 경우 주력사업인 유선전화 매출 감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SoIP를 통해 기본적인 음성서비스 이외에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 가입자간 매출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전화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4월 새로운 인터넷전화 라인업과,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인터넷전화 결합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인터넷전화 가입자 목표는 100만명이다.

특히 KT는 인터넷전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결합서비스를 출시함으로써 후발사업자에 대한 개별 서비스의 가격경쟁력 열세를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정부가 결합서비스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시장지배적사업자에 대한 결합할인율 제한을 완화할 계획이어서 올해 KT의 결합서비스 드라이브는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올해 인터넷전화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통해 인터넷전화와 시내전화를 합쳐 전화가입자 2000만 가입자을 유지함으로써 주력시장인 전화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하나로·케이블TV도 결합경쟁 합류

SK텔레콤에 인수될 예정인 하나로텔레콤 (4,015원 ▼100 -2.4%)은 정부의 인가여부가 아직 결정나지 않아 구체적인 사업별 목표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 (57,500원 ▼900 -1.54%)이 새주인이 되면, 세부적인 사업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도 초고속인터넷과 IPTV 가입자를 발판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정 인터넷전화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적 방향은 정해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초고속인터넷과 하나TV 등으로 구성된 결합상품 포트폴리오에 인터넷전화를 추가함으로써 TPS 경쟁에도 합류한다는 계획이다.

IPTV 상용화로, 텃밭인 안방 TV시장을 내어줄 위기에 몰린 케이블TV업체들도 통신업체들의 방송시장 진출에 맞서 올해 인터넷전화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케이블TV업체들은 특히 공동으로 설립한 한국케이블텔레콤(KCT)를 통해 기존 초고속인터넷과 케이블TV방송에 인터넷전화를 추가함으로써 통신업체들과 TPS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올해 유선전화시장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등을 통한 인터넷전화의 활성화로 본격적인 TPS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TPS 경쟁에서 승리하는 업체가 기존 전화와 초고속인터넷시장뿐 아니라 새로운 통방융합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선후발업체간, 통신과 방송업체간 물고물리는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등으로 올해 기존 유선시장의 경쟁구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올해말 드러날 TPS 원년 경쟁결과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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