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평가 홍수'… 어느 평가 믿을 만 한가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8.01.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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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심평원, JCI 인증 회의감..네티즌 평가 등장

의료기관이 평가의 홍수에 직면해 있다. 보건복지부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진료심사, JCI(국제병원평가위원회), 네티즌 평가까지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와 의료기관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같은 평가는 병원선택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평가가 가장 효과적인지, 공정한지는 판단하기 나름이지만 소비자들에겐 병원선택의 보루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평가

가장 대표적이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복지부에서 진행하는 의료기관평가다.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병원선택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며 결과에 따라 병원의 우열을 매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복지부의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산업노조가 "당일 반짝 쇼"에 그치고 있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좋은 평가를 받기위한 병원들의 노력이 각종 편법으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119차량을 받지 않는가 하면 직원을 환자보호자로 둔갑시키고, 병원에 불만이 많은 환자들은 평가 전에 퇴원시키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가단이 병원측에 향응을 제공받는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이때 진행한 평가 결과는 오는 5월 발표될 예정이지만 신뢰를 얻긴 힘들어 보인다. 평가기준이나 방식, 기간 등을 달리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평가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한방병원과 암센터들도 평가대상이 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대학병원부속 한방병원에 대한 서비스평가를 올해부터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암센터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지표 및 평가체계개발 연구과제도 마무리단계에 있다. 올해 국공립병원 암센터를 시작으로 지역암센터, 민간암센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심평원의 진료평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개하는 각종 진료 평가공개도 병원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얼마전 공개한 처방건당 약품목수부터 항생제처방률, 제왕절개분만율까지 통계를 위시한 병원 평가에 대해 심평원은 정보제공은 물론 적정진료를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최근에는 홈페이지를 개편하며 이같은 정보를 보다 손쉽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불만은 거세다. 안용항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은 최근 처방건당약품목수 공개와 관련 "의학을 수학처럼 정해진 방식대로 풀라고 강요할 수 있나"라며 "환자에 대한 다양한 변수를 무시하고 오직 통계자료에 의한 상대평가로 의료기관을 매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적정진료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한 상황인 만큼 의료계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처사라는 것이다.

공개한 통계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의료 현장에서 쓰는 걸러지지 않은 용어를 통계에 그대로 반영해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결과를 올려놓는다고 한들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자들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반응이다.

JCI 인증

세브란스병원이 첫테이프를 끊어 화제가 됐던 JCI(국제병원평가위원회. 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인증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고려대의료원과 가톨릭대 새병원인 서울성모병원, 건국대병원 등이 참가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JCI는 미국 1만8000개 의료기관의 평가를 진행하는 비영리법인의 산하조직으로, 미국 의료기관 평가 시스템을 국제화해 세계 각국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것이다. 미국환자 유치를 위한 현지 보험사와의 제휴에서 필수요건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의료관광이 부상하며 이슈가 되고 있다.

공식 의료기관평가 수단인 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 위상이 추락함에 따라 여타의료기관과 차별화를 주기위한 것도 적지않은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도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병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인증절차는 물론 비용도 상당히 소요된다는 점에서 국가적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평가비용은 물론 그쪽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시설 및 장비인프라를 개선하는 비용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일개 법인이 진행하는 평가가 수십, 수백억에 달하는 비용을 감수할만큼 효과를 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난무하고 있다. 대학병원 간 경쟁심리가 작용한 탓이라는 의견도 있다.

민간단체와 언론사 추천병원

민간단체에서 진행하는 병원평가는 대부분 고객만족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종류는 한국생산성본부의 NCSI(국가고객만족지수)조사를 비롯,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K-BPI(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및 KCSI(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 경영혁신대상, 한국생산성대상 등 수십개에 달한다. 지난 29일 있었던 국가고객만족도(NCSI) 시상식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최우수상, 세브란스병원이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의료정보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만큼 언론사들도 보다 좋은 의료기관을 선별해내기위한 노력에 돌입한지 오래다. 고정지면을 할애하며 좋은병원을 소개하기도 하고, 각종 상을 제정해 우수병원을 시상하기도 한다. 병원을 대표하는 명의를 선정하는 코너도 선보이고 있다.

네티즌 의료기관 평가

의료기관 이용자인 네티즌들이 직접 병원을 평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나 환자 보호자들이 만들어놓은 커뮤니티가 상당하다. 임산부부터 탈모, B형간염, 백혈병 등 경질환부터 중증질환까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네티즌들이 한데모여 세세한 병원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의사 등 의료전문가들도 네티즌으로 이같은 평가에 참여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지는 추세다.

일례로 신장암환우회 커뮤니티에 병원과 의사들의 정보만을 모아놓은 '병원&의사'게시판에는 "~병원에 ~교수님 어떤가요?"하는 식으로 병원과 교수를 추천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정보를 얻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커뮤니티내 평가가 병원평가사이트의 등장으로 대규모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오픈한 메디스팟(www.medispot.co.kr)은 병원 서비스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로 구성된다. 환자인 네티즌들이 직접 경험한 병원 평가를 올리는 방식이다.

네티즌들의 평가가 시설이나 서비스 등에 한정될 여지가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의사협회측은 "피상적인 접근을 통해 내려진 평가가 전부인양 호도될 수 있다"며 "의료의 전문성을 일반인이 평가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소비자들이 의료의 본질을 평가할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의 권리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각종 질병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네티즌들의 경우 그 수준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측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정보가 쌓이다보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질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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