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에 2개 분야 박사된 사연

박창욱 기자 2008.01.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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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박윤소 엔케이 대표

60대에 2개 분야 박사된 사연


"세상의 모든 훌륭한 것들은 모두가 독창성의 열매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다. 힘들고 어려운 것, 남다른 것을 해낸다면 그만큼 성공의 확률은 높아진다.

코스피 상장기업 엔케이의 박윤소(66) 대표가 회사를 선박소화장치 분야의 '세계 1등' 기업으로 키워낸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는 남들이 힘들어 하는 일에 과감히 도전,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2개 분야의 박사학위는 덤으로 따라왔다.

# 제일 어려운 것



박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모두가 그랬듯,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녔어요. 변변한 일자리만 있어도 다른 소원이 없었습니다. 학군장교(ROTC)로 복무하면서 미국에 연수를 간 적이 있었는데요, 잘 사는 미국을 보며 우리도 한번 그렇게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19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아는 거래처가 많다보니 취직 부탁을 많이 받아, 이곳 저곳에 인간적으로 소개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욕을 꽤 먹기도 했지요."

그는 독립해 수출을 할 꿈을 가지고 있었다. 아예 부탁받은 사람들을 내가 데리고 일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80년 드디어 창업했다.


"처음엔 조선 설비와 관련해 이것 저것을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마음 먹은 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일 어려운 것이 뭘까'하고 봤더니 바로 '선박용 소화장치'였습니다."

소화장치는 정부와 선주측의 허가가 까다로왔다. 배에 불이 나면 큰일이니 까다로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기술적인 진입장벽도 아주 높았다.



"일본 업체에 가서 옷 벗고 그들과 함께 일하며 기술을 하나하나 배웠습니다. 수출을 해볼 욕심으로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일본을 쉽게 따라가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일본을 이겨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한국 업체라 선주들이 써주지도 않았습니다."

# 남다른 방식

남들이 못하는 방식으로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것보다 훨씬 좋아야 했다. "그래서 자동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품별로 견적을 뽑고 납품기일도 파악해 모듈별로 제작하는 시스템이죠. 전문 프로그램회사도 못하던 것에 도전했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선 절대 앞선 업체들을 이길 수 없었으니까요."



드디어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해 특허를 냈다. "프로그램을 익힌 여사원조차도 그 자리에서 20∼30분 안에 설명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 정도로 정확성과 효율성에서 획기적이었죠."

여기저기서 방해가 들어왔지만 제휴를 해가며 기반을 잡아갔다. 까다로운 관련 국제 기구의 승인도 받았다. 2002년 엔케이의 고압 이산화탄소 소화장치는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35%선. 2004년엔 고압가스 저장용기가 다시 세계일류상품에 뽑혔다. 엔케이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50억원, 2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엔케이의 잠재된 능력은 더 있다. "앞으로 해양오염방지를 위해 선박용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BWTS)이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저희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 고압 수소저장용기 시장도 몇 년안에 곧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12년엔 1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2개 분야 박사 학위

그는 2003년 동의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듬해엔 부산대학교에서 공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둘 다 60대에 이뤄낸 것이었다. "물론 학위 과정은 예전에 다 이수했었죠. 사실 따로 학교공부만을 했다기 보다는 개발하고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게 된 경위는 이랬다. "그전부터 전문경영인을 두라는 권유를 받으면서 '과연 중소기업에 전문경영인이 적합한가'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그래서 통계를 수집하며 수학적으로 접근해 논문을 썼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철저히 검증을 했습니다."



공학 박사도 오랜 세월동안 고압용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술 한잔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저 뿐 아니라 직원들도 공부를 계속 시킵니다. 회사에 사내 대학을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전산을 배운 직원이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를 기막히게 만들어내더군요. 그렇게 오랜 세월 공부하며 개발하느라 올해가 되서야(1월 24일)에야 상장을 하게 됐습니다."

사회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전 한학을 하신 조부께 배워 평생을 새기며 살아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지런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부지런하지 않고 얻는 것은 '불로소득'입니다. 부지런함은 내 몸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보약'입니다. 가보보다 더 큰 보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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