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대한통운 M&A'로 풀 숙제 2가지

더벨 박준식 기자 2008.01.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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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M&A/금호의 비밀전략]⑥

이 기사는 01월29일(18: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 (93,400원 ▼1,300 -1.37%) 인수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엑시트 플랜(EXIT PLAN)의 마지막 후보는 계열사간 합병전략이다.



대한통운이 3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잉여금으로 금호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합병에 앞서 전초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의 장점은 금호가 합병을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사 전환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금호의 계열사 지배구조는 제조와 금융이 순환출자 형태로 얽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 경영진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양대 지주사'라고 주장하지만 양대라는 수식어는 단독 지배를 뜻하는 지주사와 모순이다.



두 계열사에 자회사 형태로 포함된 금호생명과 금호종금 등 금융사는 제조와 금융을 분리하려는 당국의 지주사 지원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만약 이 상황에서 대한통운을 활용해 계열사 재편에 성공하면 금호는 그동안 미뤄오던 지주사 숙제를 마무리짓고 인수금도 회수하는 두가지 실익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엑시트 플랜과 관련한 시나리오는 크게 둘로 나뉜다.


첫번째는 대한통운과 사업이 중복되는 기존 계열사를 통폐합하는 방안이다.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육상운송(33%) △항만하역(24%) △택배(22%) △유통(6%) △렌터카(5%) △부수영업(9%) 등 6가지로 나뉜다.

이를 토대로 금호는 사업이 중복되거나 합병 시너지가 예상되는 기존 계열사를 고를 수 있다. 금호개발상사와 금호렌터카, 금호피앤비화학, 서울고속버스터미날, 아시아나레저, 아시아나공항개발, 인천공항에너지, 중부복합물류, 한국복합물류, 호남복합물류,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금호오토리스 등이 후보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관계사를 모두 합병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주요 회사를 흡수해 시너지를 내는 건 자원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며 "특히 한국복합물류 등 3대 물류사와 금호렌터카는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번째 방안은 대한통운을 지주사 전환이나 금융그룹 육성을 위한 중간기착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금호는 최근 금융계열사 매각계획을 유보했다. 금융사업을 포기해 M&A 자금부담을 줄이고 지주사 추진을 앞당길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변했다.

먼저 새 정권의 금산분리 완화와 삼성, 현대차, 두산 등 주요 그룹들의 금융사 확대방침이 매각 회의론을 촉발했다. 동시에 대한통운 인수금융 참여사가 늘어 자금조달 부담이 줄었고 대한통운 잉여금으로 대우건설 차입금을 해결하는 방안이 나왔다. 최근 이 문제의 자문을 맡은 외국계 리스크관리 컨설팅기업 A사도 금융사 매각보다는 사업확대를 조언했다.

금호가 금융사들을 매각하지 않고 지주사 전환과 종합금융그룹 육성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통운의 잉여금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금호의 계열분리 및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브릿지(중간기점)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경영진이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게 위험스럽긴 하지만 빅딜을 끝낸 자신감으로 계획을 밀어부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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