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29일(18: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 (93,400원 ▼1,300 -1.37%) 인수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엑시트 플랜(EXIT PLAN)의 마지막 후보는 계열사간 합병전략이다.
금호의 계열사 지배구조는 제조와 금융이 순환출자 형태로 얽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 경영진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양대 지주사'라고 주장하지만 양대라는 수식어는 단독 지배를 뜻하는 지주사와 모순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대한통운을 활용해 계열사 재편에 성공하면 금호는 그동안 미뤄오던 지주사 숙제를 마무리짓고 인수금도 회수하는 두가지 실익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엑시트 플랜과 관련한 시나리오는 크게 둘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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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대한통운과 사업이 중복되는 기존 계열사를 통폐합하는 방안이다.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육상운송(33%) △항만하역(24%) △택배(22%) △유통(6%) △렌터카(5%) △부수영업(9%) 등 6가지로 나뉜다.
이를 토대로 금호는 사업이 중복되거나 합병 시너지가 예상되는 기존 계열사를 고를 수 있다. 금호개발상사와 금호렌터카, 금호피앤비화학, 서울고속버스터미날, 아시아나레저, 아시아나공항개발, 인천공항에너지, 중부복합물류, 한국복합물류, 호남복합물류,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금호오토리스 등이 후보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관계사를 모두 합병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주요 회사를 흡수해 시너지를 내는 건 자원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며 "특히 한국복합물류 등 3대 물류사와 금호렌터카는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번째 방안은 대한통운을 지주사 전환이나 금융그룹 육성을 위한 중간기착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금호는 최근 금융계열사 매각계획을 유보했다. 금융사업을 포기해 M&A 자금부담을 줄이고 지주사 추진을 앞당길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변했다.
먼저 새 정권의 금산분리 완화와 삼성, 현대차, 두산 등 주요 그룹들의 금융사 확대방침이 매각 회의론을 촉발했다. 동시에 대한통운 인수금융 참여사가 늘어 자금조달 부담이 줄었고 대한통운 잉여금으로 대우건설 차입금을 해결하는 방안이 나왔다. 최근 이 문제의 자문을 맡은 외국계 리스크관리 컨설팅기업 A사도 금융사 매각보다는 사업확대를 조언했다.
금호가 금융사들을 매각하지 않고 지주사 전환과 종합금융그룹 육성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통운의 잉여금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금호의 계열분리 및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브릿지(중간기점)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경영진이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게 위험스럽긴 하지만 빅딜을 끝낸 자신감으로 계획을 밀어부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