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줄었어요"…생활물가 들썩

박희진 기자, 김은령 기자 2008.01.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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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등 수입물가 폭등 탓..정부 물가안정 대책 마련에 '진땀'

"기름값 인상으로 부득이 하게 2008년 1월1일부터 1000원을 인상할 예정이오니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숯가마 찜질방 얘기다. 등유 가격 인상으로 비용이 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키로 한 것. 4인이 함께 이곳을 찾을 경우 예전 같으면 2만8000원이면 됐는데 이제는 3만2000원으로 14%나 더 내야한다.

해가 바뀌면서 '새해인사' 만큼이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 '가격인상'이라 할 정도로 곳곳에서 생활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전세계적인 국제 유가·곡물가 상승세로 국내 물가를 훌쩍 뛰면서 서민 생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널뛰는 주가, 증시 불안까지 겹쳐 심리 위축은 더하다.

삼청동 칼국수집은 5000원에서 7000원으로 40% 올랐다. 자장면 값도 500원 정도 인상됐다. 과자류와 유제품 가격이 10∼30% 오른데 이어 빵·채소값·목욕비·상하수도료 등도 줄줄이 올랐다.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을 고려해 가격인상 대신 양을 줄이는 '우회인상' 하는 경우도 많다. 겨울철 길거리 간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붕어빵은 4개 1000원에서 3개 1000원으로 올랐다. 개당 가격을 따지면 33% 인상된 것. 붕어빵 크기 자체를 줄인 '미니붕어빵'도 나왔다. 성북구의 한 만두집은 1월부터 1인분 8개에서 7개로 1개 줄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6% 올랐고 생산자물가는 5.1% 올라 3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민들의 체감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생활물가는 지난해 4분기에 4.5% 상승했다.

밀가루 등 수입물가 폭등 때문이다. 밀가루 수입 가격은 한달새 21.3% 급등했고 대두(10.7%), 커피(3.5%)도 올랐다.


최근 한국은행의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수입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해 12월 전년동월대비 15.6%나 올랐다. 11월의 13.7% 상승에 이은 두달 연속 급등세로 상승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재경부 제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물가안정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반기중 요금 인상 계획이 있던 전기료, 고속도로 통행료, 광역 상수도료 등 중앙 공공요금을 동결키로 하는 등 물가안정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설대목을 앞두고 있어 정부의 고민은 더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다음주 초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 후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품목별 가격 동향을 집중 점검해 필요할 경우 추가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이 관계자는 "밀가루 등 곡물가격 급등은 세계 기상여건 악화와 바이오연료 수요 증대 등 외부요인 때문"이라며 "대책을 마련한다해도 눈에 띄는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밀, 옥수수 등 곡물가격 급등이 이어지면 올해 상반기 중 관세를 추가 인하할 방침이지만 현재 제분용 밀과 옥수수의 경우 0.5%의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관세하락으로 인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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