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30일(07: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처럼 세계 금융시장을 호령할 거대 투자자가 한국에서도 탄생할까.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3월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 해외 주식 직접투자와 헤지펀드 투자 등을 허용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이 안건이 위원회를 통과하면 올 6월까지 세부 계획을 정하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실행에 옮긴다.
해외 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신규 투자분의 최대 10% 정도로 잡혀있다. 작년 해외 주식투자 규모가 6조1000억원이었고 올해 17조원을 계획하고 있어 신규 투자분은 10조9000억원이다. 이중 10%인 약 1조900억원이 직접 투자 규모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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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헤지펀드와 사회간접시설(SOC) 등에 대한 투자 항목인 '대체 투자' 비중을 작년 0.3%에서 올해 0.5%로 늘린다.
해외 주식 직접 투자를 위해 국민연금은 경험이 많은 자산운용사로부터 실무적인 자문을 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외 주식 직접투자라는 큰 그림은 그려졌고 실무 운용 방안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 투자 비중은 작년 7.5%에서 올해 6.9%로 줄인다. 대신 회사채 투자 가능 등급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완화해 회사채 직접 투자를 실행에 옮긴다.
국민연금의 해외 채권 투자 가능 등급은 BBB0지만 그동안 내부 투자 가이드라인을 AA0 등급 이상으로 정해 국채와 금융채 위주로 제한됐었다. 이 가이드라인을 A+로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잉과 코카콜라, 휴렛패커드 등 다양한 해외 기업들의 채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미국 국채 비중을 90% 이하로 크게 낮춘다.
한동주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는 올해부터 본격화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과 회사채 직접 투자에 나설 경우 캘퍼스처럼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만한 파워를 갖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일단 운용규모가 세계 어떤 펀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투자공사(KIC)가 최근 메릴린치에 지분투자를 결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사실상 '국부펀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조심스럽게 해외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필규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투자 경험이 없는 현재의 운용시스템으로는 종목선정과 운용전략 수립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전세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 구성, 전문 운용인력 확충, 리스크관리시스템 확충 등 사전에 갖춰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외 공무원연금 등 다른 국내 연기금 등도 올해부터 해외 주식 직접 투자 등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