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상황, 아직 주식 살 때 아니다"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1.3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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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인터뷰

"미국 경제요? 위기 맞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실물경기 위축의 진폭과 회복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의 진단은 단호했다.

"전시 상황, 아직 주식 살 때 아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명백하게 침체로 이어지는 위기 상황이라는 것. 위기의 성격이 9.11테러나 지금까지 경험했던 금융 경색과 다르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는 분석이다.



"아직은 (주식을 매수하기에) 위험한 상황입니다."
금융시장이나 거시 경기의 환경이 투자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상주 대표 역시 가치투자의 명맥을 이어가는 투자가이지만 주식시장이 공포와 패닉에 빠졌을 때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적극적인 '사자'에 나선다는 가치투자의 개념과는 다소 엇갈리는 진단을 내놓았다.

하상주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대우경제연구소 분석실장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2005년 하상주 가치투자교실의 둥지를 튼 그는 '펀드보다 안전한 가치투자'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 유동성 위기와 성격 달라

글로벌 증시의 동반 폭락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수 차례 나타난 바 있다. 굳이 9.11 테러 직후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중국의 긴축과 벤 버냉키 미국 FRB 의장 취임 직후 금리인상 러시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역시 주식시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패닉이라 할 만한 급락이 펼쳐졌지만 회복도 빨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하상주 대표의 판단이다.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부채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며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 돈줄을 풀어준다고 해서 바로잡힐 문제가 아니라는 것.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어요. 유동성으로 자산 가격을 지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죠. 세금을 감면하고 금리를 내리면 사람들은 계속 대출을 내서 자산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저축을 늘리려고 할 겁니다. 빚으로 잔뜩 배를 불린 말을 중앙은행이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겠지만 물을 더 먹일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번 사태는 유동성 위기라기보다 신용위기이며 금융회사와 파생상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 아직은 매수할 때 아니다

최근 미국 증시는 경제지표 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강한 반등을 연출한다. 국내 증시 역시 미국의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이다. 시장은 금리인하에 모든 것을 맡겼다는 표정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처방책이 아닌 만큼 당분간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하상주 대표의 판단이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나타나겠지만 지금처럼 급등과 폭락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진정되고 반등이 나와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외면하는 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장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얘기다.



"주식이 아니더라도 당장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상승할 때만 차익이 생기는 주식이 아니라 선물을 포함한 파생상품을 거래하면 상승장이 아니어도 수익을 낼 수 있겠죠. 당분간 위험 자산을 떠나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일 생각이라면 채권이나 금, 현금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랜 애널리스트 생활을 접고 나서야 비로소 투자의 세계에 들어선 하상주 대표. 투자자 입장이 되어 시장이나 주식을 접할 때 전략이나 시각에 어떤 괴리를 느끼지 않았을까.

하상주 대표가 직접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6년 가치투자교실을 운영하면서 부터다. 오랜 세월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실제 투자 경험은 불과 2년 남짓인 셈이다.



"이론과 실전의 세계에는 분명 차이가 있더군요. 특히 심리적인 두려움을 다스리는 일이 쉽지 않아요.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내가 가진 팩트(fact)가 얼마나 정확하고 충분한지 나의 논리가 얼마나 합당한 것인지 백퍼센트 확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실전으로는 '초보 투자자'인 그가 시장평균 수익률 만큼의 실적을 거둔 것은 부족한 경험을 상쇄하고도 남는 안목을 갖췄기 때문이다.

◇ 가치투자는 지식으로 리스크를 다스리는 것



재무제표를 분석, 해석하는 한편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도 겸비해야 하는 가치투자가 개인에게 쉬운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하상주 대표가 가치투자를 권하는 것은 어렵지만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식투자가 게임이나 다름 없다는 것.

"가치투자는 지식으로 모든 리스크를 통제하는 투자법입니다. 알면 알수록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이 가치투자죠."

아직도 투자한 회사가 무엇으로 이익을 내는지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투자자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려면 핵심 사업의 내용과 함께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영업보고서가 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 세 부분으로 나뉘는지 세 가지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

물론 숫자로 보여 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투자 아이디어는 금융이나 경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과정에 발전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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