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민주노총 첫 만남 무산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1.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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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이석행 위원장 경찰출석 놓고 '핑퐁'

29일로 예정됐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노총의 간담회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출석이 문제가 되면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새 정부와 민주노총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권 초기부터 노·정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날 오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출석이 선행되지 않는 한 간담회를 가질 수 없다고 공식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민주노총과의 간담회 실무협의 과정에서 이 위원장에게 "간담회에 앞서 종로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으나 민주노총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민주노총은 "종로서가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조사한다면 조사에 응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전달했으나 인수위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비정규직법 시행령 개정 및 이랜드그룹 비정규직 사태와 관련해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10여차례 출석통지서를 받은 바 있다.

민주노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당선인이 친재벌 중심 정책을 기조로 삼고 노동자와 민중을 배제하면서 노동운동을 탄압하려는 신호탄"이라며 맹비난 했다.

이 위원장은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서 민주노총을 짓밟으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 당선인이 천박한 구실을 찾아서 책임을 민주노총에 전가시키려고 얄팍한 수를 쓰고 있다"고 이 당선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이 당선인이 고려대 동창회에는 두번이나 참석하면서 되지도 않은 핑계를 내세워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노동계가 고려대 동문회 만큼도 취급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당선인측은 "25일 (이 위원장의 경찰 출석)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나 갑자기 입장을 변경했다"고 간담회 무산의 책임을 민주노총에게 돌렸다.

당선인측은 "이 위원장의 경찰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민주노총에서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한 뒤 당선인과의 간담회를 추진하고자 했었다"고 밝혔다.

당선인측은 아울러 "대통령 당선인이 신년인사에서 기초 법질서 확립을 강조한 원칙을 존중하고 이러한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해 방문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인수위와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새 정부가 투쟁 중심의 운동노선을 고집하는 민주노총과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노·사 및 노·정 관계 설정에 있어 '법과 원칙 준수'라는 새 정부의 대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질적으로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민주노총과 새 정부가 사사건건 마찰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노동분야 전문가는 "노동계와 대화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잘못 꼬인 것 같아 안타깝다. 노·정 사이가 불편해지면서 산업평화 정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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