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나는' 금호아시아나에 재계 촉각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2.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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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금호아시아나그룹 대한통운 인수

재계 자존심 싸움이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로 인해 점화됐다. 특히 턱 밑까지 올라온 금호를 두고 GS그룹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는가 하면 항공업계 라이벌인 한진그룹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된 재계 중위권 업체의 덩치싸움이 연이어 나오는 대형 M&A 시장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훨훨 나는' 금호아시아나에 재계 촉각


◆재계 순위 해프닝과 자존심 싸움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 (94,700원 ▲400 +0.42%)을 인수함에 따라 재계순위 6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이하 공통)인 GS그룹과 격차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순위에 따르면 GS가 48개 계열사에 자산총액 25조1660억원으로 6위에, 금호아시아나가 38개 계열사에 자산총액 22조8730억원으로 7위에, 한진이 25개 계열사에 자산총액 22억2240억원으로 8위에 각각 랭크돼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의 자산 1조4614억원을 합해 24조3344억원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며 GS를 압박하는 한편 한진과의 격차를 벌리게 됐다.

올 4월이면 공정위가 발표하는 재계순위로 판가름 나겠지만 GS그룹의 6위 수성은 문제없을 듯 하다. 한 때 순위가 뒤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GS그룹이 추가자산을 공개하면서 순위경쟁은 일단락됐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 관계자는 “업계 서열이 바뀌었다는 보도 이후 자체적으로 계열사의 자산규모를 조사한 결과 칼텍스와 건설에서 시설투자자산이 4조~5조원 가량 증가했다”며 “우리 측 증가분이 포함되지 않은채 해당 기사가 나온 것 같은데 재계 순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GS는 초기에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인수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M&A 시장에서 금호아시아나에 밀린 GS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위기다.

올 초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신년모임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강조하며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밝힌바 있어 대한통운 인수건은 뼈아픈 패배로 남게 됐다.

◆자극받은 GS, M&A 적극적 공세 나설듯

이에 따라 GS의 몸집 불리기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회 대담에 앞서 제주도에서 인수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허 회장은 “GS홀딩스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 계획이고 GS칼텍스는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나설 방침”이라며 “GS건설도 해외 M&A를 염두에 두는 등 각 계열사의 인수·합병에 대한 역할분담을 끝냈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는 GS그룹이 지난해 말 유진그룹에 하이마트를 뺏긴 데 이어 대한통운을 둘러싼 금호아시아나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적잖은 자극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와 항공업계 라이벌인 한진은 최종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다.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11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고 한진은 그 여파로 8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한진은 S-Oil 지분을 인수하면서 잠시 금호아시아나에 앞서기도 했으나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다시 한진의 추격을 따돌린 셈이기 때문이다.

◆한진, 아쉬움 속 내실다지기

한진은 이번 인수를 놓친 뒤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한진그룹은 공식입장발표를 통해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보다는 그룹 내 투자를 늘리는 것이 수익 증대를 이루는 길”이라고 자위하면서도 “육해공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대한통운과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하지만 한진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뼈아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향후 내실을 다지고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물류분야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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