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일부, 채권형 등에 분산하라

이규창 기자 2008.02.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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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폭락장 펀드관리 요령

최근 국내 증시는 말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타고있다. 코스피지수의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고 하루에만 50p 넘게 출렁이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충격에 따른 신용경색과 연이어 제기된 경기침체 우려감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를 위기로 몰았다.

환매를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 속에서 지켜보던 펀드투자자들은 지난 22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1600선이 붕괴되는 등 4.43%나 급락하자 미처 대응도 하지 못했다. 작년 11월 상승세가 꺾이고 이미 약세장에 들어섰지만 반등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을 너무 신뢰한 탓인 지도 모른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금년 증시가 2400을 손쉽게 돌파할 것처럼 장밋빛 전망을 내놓던 증시 전문가들은 1900부터 1700으로 내려올 때까지 줄곧 "이제 바닥"이라고 외치다 급기야 1600선까지 밀리자 "당분간 어렵겠다"며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펀드런'(Fund Run : 대규모 환매)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오히려 증시가 급락한 기간동안 1000억원대의 자금이 국내주식형펀드로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1600대로 하락한 지금이 펀드에 분할가입할 만한 시기라고 진단한다. 신규로 가입한 투자자들은 적절한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펀드분석팀장은 "상반기 중에 거치식으로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다"며 "증시의 2중 바닥, 3중 바닥을 확인해 가면서 분할매수해 평균 가입단가를 최대한 낮추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환매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관망중인 기존 가입자들이다. 이미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률을 다시 토해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작년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인도 등 이머징국가의 증시가 급등하면서 연간 수익률이 70%를 넘는 펀드들도 속출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외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하반기에 집중됐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중인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분산투자 효과로 비교적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적립식펀드에 1년 이상 가입한 투자자들마저 마이너스 수익을 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환매위기는 급락 직후가 아니라 반등국면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환매가 벌어지면 증시가 더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은행권의 정기예금이나 채권투자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고려해 자산관리전략을 짜야하는 시점이다.

◆ 주식형펀드 나눠 가입하는게 '분산투자' 아니다

글로벌 경기가 하향국면에 접어들었고 지난해 세계경제의 상승동력이 됐던 이머징마켓조차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볼 때 올해 증시가 반등해주기를 마냥 기다리는 건 위험한 일이다. 작년말부터 전문가들은 투자 지역을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분산투자'를 하라고 권해왔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판매사들이 제시하는 포트폴리오가 지역별 분산을 권하고 있지만 대개 주식형펀드에 집중돼있다. 지난해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등 저조했던 것도 이유가 됐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높고 여전히 주식투자의 매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의 금리인하 조치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대세를 이루고 있어 채권형펀드에 대한 비중확대를 고려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최근과 같은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등락에는 지역별 분산투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대상에 대한 비중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채권형펀드 비중을 늘리거나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은행권의 확정금리형 상품에 가입하는 등 보유자산 일부를 증시 변동성으로부터 분리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펀드판매사의 추천 포트폴리오는 주식형펀드에 집중돼있어 투자자들 스스로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와 해외주식형펀드에 50대 50으로 나누어 가입했다면 금년에는 전체 자산의 30% 가량은 부동산, 채권 등 주식 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입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예를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원자재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 등 원자재 파생상품 펀드는 증시와 연관이 낮고 인플레이션 지표가 될 수 있는 원자재 관련 지수와 연동돼 연초까지 1년 수익률이 최고 40%대에 이르고 있다. 올해도 이같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하강국면에 이르면서 주식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충분히 보완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자산 일부, 채권형 등에 분산하라


◆ 채권형펀드의 부활…투자하려면 외국인처럼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70조원을 넘고있지만 국내 증시는 약세장에서 의외로 허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계속되는 매도에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지난해 상승장에서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지만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을 처분하면서 꾸준히 이익을 실현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돌아보면 외국인이 가장 냉정하고 정확하게 시장을 읽고 투자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투자사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적절하게 비중을 조절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배팅으로 증시가 동력을 얻는 상승장과 달리 약세장에서는 수급이 시장을 좌우한다. 따라서 기운 센 '외국인 따라하기'도 하나의 투자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채권형펀드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코스피주식을 30조5908억원 순매도했지만 국내채권은 31조7011억원 어치 사들였다. 계정이 달라 주식시장의 자금이 그대로 이동했다고 볼 근거는 없으나 최소 외국인이 한국에서 느끼는 주식과 채권에 대한 매력도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고 속도의 문제가 있을 뿐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연간 국고채 3년물 기준 금리가 50bp 가량 내리면 채권투자로 이자수익 등을 포함해 연 10% 가량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환매는 항상 고려할 수단…그러나 '대안'부터 찾아야

코스피지수 1600에서 투자자들이 환매하지 않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이 장기투자를 강조하고 환매에 대해서는 언제나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항상 고려해야 할 수단이다.

그러나 최근 증시급락은 특정 지역이나 운용사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증시가 반등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수익률이 차별화되는 시점에 판단할 문제다.

박현철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특정지역이나 펀드의 수익률이 좋지 않다면 환매나 갈아타기는 언제나 가능한 리스크 회피 수단"이라며 "그러나 현재 동반 약세장에서는 환매수수료만 낭비하게 되므로 하반기 회복세를 기대한다면 보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 박승훈 부장은 "수익률 추락으로 고민이 많겠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투자목적을 먼저 점검하라"며 "적립식펀드라면 단기자금이 아닌 만큼 2~3년 기간을 보고 수익률을 점검해 투자결정을 해야 하고 거치식이라면 고금리 예금 등과 비교해 위험대비 수익률을 근거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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