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M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이 친구는 소위 말하는 핵심인력이다. 좋은 학벌에 대기업 공채로 당당히 입사해 결혼도 미루고 일에만 올인해서 인정받으며 지금은 시니어급 간부로 확고히 자리를 굳힌 친구다.
`골드 미스'(주1)에 `글루미족'(주2)인 이 친구.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된지 14년이 넘었건만 이런 푸념을 하면서 징징거린 지 한 3년쯤 되나 보다. 지리멸렬한 직장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쳤나 보다.
모 패션회사 기획팀에서 근무하던 김모 대리는 공부에 대한 갈증을 떨치지 못해 대리 승진 후 2년 차에 파리행을 감행, 럭셔리 브랜드 분야에서 MBA를 이수하고 귀국해 국내 패션 대기업에 과장급으로 스카우트되었다. 기존 경력은 물론이고 공부를 하기 위한 전후 공백기간까지 다 경력으로 인정 받아 몸값을 높인 셈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모 특허법인에서 특허전문가로 일하고 있던 최모 사원도 회사를 그만두고 2년 정도 준비해 변호사 자격증을 땄고 법대에 편입해 올 하반기 졸업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
모 호텔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던 이모 과장은 결혼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고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1년여 동안 심한 의욕 상실에 시달리다 사표를 던지고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한번 퇴직하면 영원히 복귀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은 있었지만 재충전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중소규모지만 모 화장품회사의 마케팅 임원급을 거쳐 글로벌 코스메틱회사의 대표이사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이전 직장에 비해 직급도 높고 월급도 올랐으니 성공한 셈이다.
대기업 법무팀장 권한 대행이던 K과장도 법조계 출신 팀장이 온 이후 조직에 대한 비전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미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갔다. 그 동안 바빠서 미뤄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한층 차분하게 30대 후반의 인생설계를 할 시간을 확보했고 얼마 전 국내 유수 기업의 법무팀장 자리로 가게 되었다.
이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배터리족이 되려면 해당업무의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35세가 넘은 인력을 찾는 기업은 전문성에 주목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몸담은 분야의 지식을 연마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해야만 길이 보일 것이다.
*주1 :골드미스란 연봉 4000이상, 자신명의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7000~8000정도의 자산을 가진 경제력이 풍부하고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30대 독신여성들을 말한다.
*주2 : 글루미족이란 일부러 쓸쓸해지려는 사람들, 쓸쓸함을 세련되게 즐기는 사람들, 즉 혼자 잘 노는 사람들 정도로 풀이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