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해 '활황', 짝수해 '침체' 속설 재현될까

오승주 기자 2008.02.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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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널뛰기 증시 株테크 전략

주식시장에는 오랫동안 내려오는 속설이 있다. 홀수해에는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짝수해는 '죽을 쑨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이 속설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07년까지 과거 20년간 코스피시장은 홀수해는 강세장을 연출하고 짝수해는 상대적으로 횡보장세를 이어가는 경향이 관찰된다. 홀수해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11번 중에 8번. 짝수해는 10번 가운데 6번이다. 빈도만 놓고보면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 의미가 없다.

그러나 수익률로 따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홀수해의 평균 수익률은 26.16%에 달하고 짝수해의 평균 수익률은 3.99%에 그친다. 차이는 무려 22.17%포인트에 이른다. 이른바 '홀ㆍ짝수의 법칙'이 입증되는 셈이다.



1987년 이후 짝수해 수익률이 전년 홀수해를 앞지른 경우는 1992년과 1998년밖에 없다. 1992년 코스피시장의 연간 수익률은 11.05%. 이에 앞선 1991년은 -12.24% 였다. 1998년에는 49.47%를 기록하며 전년도인 1997년의 -42.21%를 크게 웃돌았다. 나머지 해들은 언제나 홀수해의 코스피시장 수익률이 짝수해를 누른 셈이다.

특히 IT버블이 태동하고 터진 1999년 이후에는 이같은 현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IT버블이 꿈틀거린 1999년 코스피지수는 82.78% 상승했다. 코스닥에서 시작된 IT열풍이 코스피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초활황'장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IT버블이 꺼지면서 2000년 코스피지수는 50.92% 폭락했다.



이후 2001년 37.47% 오르면서 체력을 회복한 코스피지수는 2002년 -9.54%를 기록하면서 '열탕과 냉탕'을 오갔다.
홀수해 '활황', 짝수해 '침체' 속설 재현될까


2003년부터는 줄곧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내며 '대세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짝수해 수익률이 홀수해를 넘지 못하는 지그재그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짝수해인 올해도 1월 들어 미국발 신용경색 여파를 넘지 못하고 지난 24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2.34%를 보이면서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는 32.25% 상승했다.

이같은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일단 인간의 본성에서 찾는 견해가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인간이 가진 본성 가운데 하나인 '사고의 쏠림현상'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주식시장에 호재가 생겨 지수가 오르기 시작하면 '사야한다'는 생각에 발동이 걸려 악재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주식이 지닌 내재가치인 '밸류에이션'은 '사고의 쏠림현상'앞에 평가절하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다음 해에는 조그만 악재에도 또다른 '사고의 쏠림'이 발동해 매도세가 가속화돼 약세장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호재가 생기면 증시가 오르는 것이 정상이고 악재가 발생하면 위축되는 것이 이론적인 흐름이지만 '인간의 사고'에 의해 예측은 빗나간다는 해석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사이클에 따른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기사이클이 18개월 정도를 두고 움직이는데 좋아지는 게 1년이고 나빠지는 게 6개월 가량이라는 이야기다. 이같은 사이클이 주가흐름과 맞물리면서 '홀ㆍ짝수의 법칙'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투자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큰손'들의 매매비중 조절에 따라 부침이 일어나는 것으로도 추측한다.

황 팀장은 "국제적인 유동자금이 떠돌아 다니면서 주식비중을 높이면 활황의 가능성이 높고 줄이면 횡보를 나타낼 공산이 크다"고 부연했다.
홀수해 '활황', 짝수해 '침체' 속설 재현될까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다우지수 산업평균은 이같은 법칙이 들어맞지 않는 모습이다. 다우지수는 2001년에 전년 대비 -7.1% 내려앉았고 이듬해인 2002년에는 16.8% 추가 하락했다. 이후 2003년에는 25.3% 급등했으며 2004년 3.2%, 2005년 -0.6%, 2006년 16.2%, 2007년 6.43% 등으로 '홀ㆍ짝수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법칙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과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공통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홀짝의 법칙'은 투자시 통계적인 의미로만 참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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