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좌파적 '창조적 자본주의' 주창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1.2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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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난구제는 봉사 아닌 의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24일(현지시간) 기업들에게 순익을 가져다 주고 한편으로 가난한 이들도 도울 수 있는 '창조적인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에 도전적인 기업들이 참여해야한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 좌파적 '창조적 자본주의' 주창


게이츠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21세기를 위한 자본주의는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자본주의는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만 작동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시장의 힘이 어떻게 소외계층을 도울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기업들과 비정부조직이 함께 일하면서 전세계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시장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게이츠가 처음으로 주창한 '창조적 자본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기업도 가난한 이들의 복지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봉사를 사회적 책임 차원이 아닌 의무로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사회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이 소외계층을 위해 환원할 의무가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게이츠는 오는 7월경 MS의 회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연설이 MS의 직책을 달고 하는 마지막 WEF 연설이다. 게이츠는 부인과 함께 설립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한 자선활동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게이츠 회장이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의 모임인 다보스 포럼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를 강조한 것은 구호금 전달과 자원봉사자의 투입이라는 전통적인 자선재단의 활동에서 벗어나 재단사업을 비즈니스화하는 청사진과 함께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 및 초일류기업들의 연대가 필요한 까닭이다.

그는 "정부가 극빈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비즈니스를 촉진하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21세기 초까지 빈곤을 줄일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이 창조적 자본주의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지난해 하버드대학 졸업식에서 특별연설을 했을 때이다. 그는 “그때만해도 기본적인 방향만 있었고 이후 구체적인 숙고를 거듭해 다보스 포럼 연설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전파에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게이츠는 "전세계는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여성과 소수자들의 인권이 개선되는 등 끊임없이 더 나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개선은 과학과 기술, 의학의 발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낙관론자지만, 참을성이 없는 낙관론자"라면서 "대부분의 혜택은 개선이 필요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혜택이 별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는 "기후변화 역시 이러한 원인에 제일 적게 기여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이츠는 "현명한 자본주의는 개인의 이익을 더 넓은 사회의 이익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부가 증가할 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도태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창조적 자본주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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