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고효율 전쟁 '선전포고의 장'

김용관 기자 2008.01.3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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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디트로이트 모터쇼 3색 대결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자동차 연료와 동력 장치를 놓고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일명 '디트로이트 모터쇼'로 불리는 '북미 국제오토쇼'. 매년 새해 벽두에 시작하는 모터쇼여서 한해 자동차산업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자리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모터쇼에서도 친환경 자동차가 큰 줄기를 이루었다. 특히 기름값이 싸 대형차를 즐겨타는 미국인들조차 고효율, 친환경차를 찾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청정 디젤에 주력하는 유럽이나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본과 달리 미국업체들은 에탄올차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원 개발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사활을 건 글로벌 업체들의 전쟁에서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거리다.



◆디젤 VS 하이브리드

미국은 디젤차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92년 폭스바겐이 디젤차를 미국에 내놓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후 15년이 지난 2005년, 메르세데스-벤츠가 E320CDI를 2006년에는 E320 블루텍이라는 디젤차를 출시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BMW와 아우디가 각각 미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바야흐로 독일 전차군단의 미국 본토 공략이 전방위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특히 BMW는 이번 모터쇼에 '디젤, 웰컴 백(디젤이 돌아왔다)'이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전개하며 한단계 진화한 X5 3.0sd 모델과 335d 모델을 소개했다.

아우디 역시 수퍼카로 잘 알려진 R8에 디젤엔진을 탑재한 컨셉트카 R8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혼다와 닛산마저 일본산 디젤차를 선보이며 고효율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미 미래형 구동계로 자리잡은 하이브리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자랑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친환경·고효율 전쟁 '선전포고의 장'


GM은 기존 토요타 방식과 다른 2모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탑재한 새턴 뷰 모델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연비를 최대 50%까지 아낄 수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하이브리드의 원조인 일본 토요타는 3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콤팩트 픽업트럭 A-BAT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혼다측도 소형 스포츠카 CR-Z에 기반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빅3의 반격 무대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GM을 비롯 포드, 크라이슬러 등 소위 미국의 '빅 3'에게 2007년은 시련의 시기였다.
친환경·고효율 전쟁 '선전포고의 장'
판매량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차' 경쟁에서도 한발짝 뒤쳐진 모습이었다. 디젤엔진에서는 유럽에 뒤지고 하이브리드 기술은 일본차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서 미국 빅3는 일본이나 유럽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친환경차를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미국업체답게 '빅3'의 해법은 다분히 미국적이다. 우선 GM은 에탄올을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 연료'를 생존 무기로 삼았다.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릭 왜고너 GM 회장은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서 유가 급등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을 보급하는 것은 고유가와 환경 문제에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GM이 내세운 모델은 컨셉트카 '허머 HX'와 사브 '9-4X 바이오 파워'. 이들 모델은 가솔린과 에탄올을 각각 15대 85로 섞은 E85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차다.

◆에탄올 등 새로운 연료원 부상

실제 GM은 이번 모터쇼에서 바이오매스(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이나 미생물, 동물 폐기물 등)를 에탄올로 전환하는 기술과 관련 코스카타사와 사업 제휴를 맺는 등 에타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GM은 단기적인 해법으로 에탄올 보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포드는 기존 가솔린차의 연비효율을 대폭 높이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터보차저와 직분사 기술이 적용된 ‘에코 부스트’ 엔진을 통해 연비를 20%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포드 관계자는 "값비싼 하이브리드카나 디젤엔진과 비교할 때 에코 부스트는 성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연비는 높이고 배기가스 배출은 줄이는 가솔린엔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라이슬러는 시장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파워트레인 개발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봅 나델리 크라이슬러 회장은 이번 모터쇼에서 "어떤 친환경 기술로 갈지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는 연료전지 하이브리드카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의 도달시간이 8초 이내에 불과한 중형 미니밴 컨셉트카 '에코 보이저'와 함께 배터리 소진 시 소배기량 블루텍 디젤엔진이 작동돼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인 '지프 레니게이드' 컨셉트 모델을 발표했다.

현장에 만난 GM 관계자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친환경 차량이 개발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나 디젤을 비롯 새로운 연료원을 찾는 노력이 이번 모터쇼에서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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