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정은수 교보투자신탁운용 운용본부장(CIO) 2008.01.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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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기침체라는 커다란 악재가 연초 글로벌 증시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저발표 시즌을 맞아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의 대형투자은행들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시에 충격을 더했다.

현재 전 세계 자본시장이 미 경기침체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이라는 악재에 짓눌리고 있지만, 호재성 재료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FRB는 지난해 9월부터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 포인트 인하했고, 1월말에 있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 18일에는 미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1%에 해당하는 1500억 달러 수준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에서 가격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미 다우지수와 우리의 종합주가지수는 올 들어 각각 8.8%, 15.2% 하락했고, 이에 따라 12개월 트레일링 P/E수준도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16.15배, 13.56배를 기록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이러한 호재성 뉴스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미국의 경기가 악화과정속에 있고, 이와 관련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1월 연준리의 베이지북에서 아직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언급했고, 전주 발표된 주간실업수당신청자수는 30.1만명으로 오히려 하락해 비농업부문의 고용이 급속히 감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서브프라임 대출에 투자했던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미국의 주택경기도 단기에 회복을 예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12월 소매판매가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소비 감소로 전월비 0.4% 감소한 것이 미국 경제의 소비부진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

경기부양 정책의 효과나 국제유가 하락과 같은 우호적인 가격변수 흐름이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요구된다. 주가 급락이 가격 메리트를 높이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섣부른 기대나 실망보다는 실제로 미국경기 부양대책과 정책금리인하 효과를 확인하고 투자에 임하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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