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금정국'을 교육부로 보내자

머니투데이 유승호 온라인총괄부장 2008.01.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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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금정국'을 교육부로 보내자


 이명박 정부의 주요 경제키워드는 '민영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까지 모두 민간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금융의 핵심분야인 '금융감독'은 민영화에서 국영화로 U턴하는 느낌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혁신ㆍ규제개혁 TF팀은 "금융위원회로의 개편은 관치금융을 청산하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은 '금융위'로의 개편을 보면서 '관치금융의 강화'로 해석하고 있다.



 금감위 사무국은 이미 출범 때보다 10배 가까이 몸집이 불어났다. 금융위는 여기에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을 합한 거대 사무처를 갖게 된다. 금융 인ㆍ허가권과 감독정책 입안권, 금융감독원 임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갖는다. 가히 금융의 '슈퍼파워'라 할 만한데, 그곳의 주요 인력을 관급 인력으로 채우면서 관치(官治)금융이 청산될 것이라고 한다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현직 은행장 등 민간 출신 금융위원장 기용설은 우려를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본질적인 처방으로 보기는 힘들다. 금융위원장을 계속 민간 출신으로 선임한다고 못박아놓는다면 금융위 사무처 공무원들은 무슨 희망에 일하겠는가. 그것 또한 모순이다. 공무원을 직업으로 택한 이상 장관 되는 것이 꿈일 텐데 아예 그 자리는 안된다고 선을 그어놓을 수 있는가.



 시장은 금융위, 금감원 모두 '시어머니'일 뿐이다. '시어머니'를 하나라도 줄여주는 것이 시장을 위하는 길이다. 우리은행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은행은 재경부 금정국, 금감위, 금감원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예금보험공사, 감사원 등까지 모셔야 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 금융시장에선 '슈퍼 금융위'의 탄생을 10년에 걸친 쟁투의 산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환란이 터지기 직전인 1997년 금융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당시 재정경제원은 한국은행에서 은행감독원을 떼내 통합감독원을 만들어 재경원 산하기구로 만드는 데 거의 성공했다. 한국은행에서 칼(은감원의 검사)을 제거하고 민간인들에게 맡겨졌던 다른 감독기구(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등)를 재경원 밑으로 집결시키는 환상의 조합이 눈앞에 있는데 환란이 터져버렸다.


 재경원은 환란 책임론으로 더이상 통합감독기구를 재경원 밑에 두겠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됐고, 강경식 부총리는 황급히 통합감독기구에 주려 했던 금융관련법 제ㆍ개정안을 다시 재경원으로 가져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합 금융감독기구가 태어나기까지 옛 재무부와 기획원, 한국은행 세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대결을 벌여온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대결은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새 정부 인수위 등에 옛 재무부 출신이 많은 반면 기획원, 한은 출신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과 '슈퍼 금융위' 탄생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문제는 인사, 운영방식 등 기교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렇게 풀어서도 안되는 문제다. 금융산업의 미래,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좀더 심사숙고해야 한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의 인력은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금융위로 보낼 것이 아니라 모두 교육(과학)부로 보내면 어떨까. 정말 인재들이 필요한 곳은 교육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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