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투매→랠리…유럽은 폭락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1.2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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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주 주도 막판 랠리…다우 저점대비 630p 급등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장중 투매가 이어지며 2% 넘게 급락, 6일째 약세를 지속했으나 오후들어 금융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났다. 6일만의 반등이었다. 연준(FRB)의 기습적인 금리인하가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다.

뉴욕주 보험 당국자들과 은행들이 채권 보증업체를 구조하기 위해 긴급 모임을 갖고 신규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매수세를 자극하기도 했다.



마감 직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애플과 모토로라의 실적 전망 쇼크를 딛고 반등했다.

연준의 추가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된 가운데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이날 미 행정부와 의회는 침체위기에 빠진 경제와 신용경색 위기에 처한 금융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경기부양책 논의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존 뵈너 공화당 하원 대표 등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긴급 경기부양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이다. 수주안에 가시적인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수가 낙폭을 크게 줄였지만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당분간 변동성이 큰 불안한 흐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우지수 저점대비 630포인트 급등
다우지수는 이날 298.98포인트 2.5% 오른 1만2270.17로, S&P500지수는 28.10(2.14%) 오른 1338.60으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24포인트(1.05%) 오른 2316.41을 기록했다. 전형적인 전약후강 장세였다. 다우지수의 하루 고가와 저가 차이는 무려 630포인트에 달했다.

깊어지는 경기침체 불안감, 유럽 증시 폭락, 애플 모토로라의 흉흉한 실적 전망,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부정적 평가 속에서 나온 의미있는 반전이었다.


유럽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존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이날 4.7%나 떨어졌다.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장끌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으로 1% 넘는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지지선없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독일 닥스지수는 이날 4.9% 무너지며 연간 하락률이 2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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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지수 23일 장중 흐름)
◇금융주 랠리..기술주는 새로운 우려 제공
이날 랠리를 주도한 주인공은 금융주였다. 금리인하에 따라 금융주는 이틀째 반등했다. 저금리가 은행 수익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베어스턴스는 은행주에 대한 투자등급을 비중 축소에서 비중 확대로 조정했다.

JP모간체이스가 12% 넘게, 미국은행(BOA)가 9% 올랐다. BOA는 우선주 매각으로 60억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 채권 보증업체를 구조하기 위해 보험 당국이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암박은 57%나 급반등했다. S&P500에 속한 금융주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MBIA 역시 30% 넘게 올랐다. S&P500의 금융업종지수가 7% 오를 정도였다.



반면 애플과 모토로라 등 기술주들은 우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에게 근심거리를 제공했다. 경기 침체 우려를 증폭시켰다. 주가도 장중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이날 지난 4분기 실적은 좋았지만 올 1분기 이익 전망이 낙관적인 전문가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매출은 29%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전분기 35%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다.

i-POD의 미국 판매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따라 미국시장에서 전자제품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결국 매킨도시 iPOD와 같은 애플 제품들도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이에따라 애플 주가는 5년래 최대폭인 13%나 떨어졌다. 종가 하락률은 10.8%였다.



파이퍼 제프레이&Co의 젠 문스터 애널리스트는 "하이엔드 제품의 소비 둔화가 결국 애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토로라의 실적 전망 역시 흉흉했다. 지난 4분기 순이익은 84%나 줄어든 주당 4센트를 기록했다. CEO인 그렉 브라운은 올 1분기에는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레이저2와 같은 주력 제품이 애플의 i폰이나 삼성전자의 경쟁 제품에 비해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4분기 판매액은 18% 줄어든 96억500만달러였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96억4000만달러와 거의 일치한다. 임직원 해고에 따른 특별 비용 등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14센트로 예상치 13센트를 살짝 웃돌았다.



모토로라 주가는 이날 18%나 주저앉았다. 역시 5년래 가장 큰 하락세다.

검색 황제 구글은 UBS가 매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계기로 2년래 가장 큰 폭 하락하기도 했다. 하락률은 5.3%.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관련주 매기도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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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 23일 장중 흐름)
◇경기침체 비관론 여전히 우세
전날의 기습적인 대폭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망치 하향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씨티그룹의 수석 미국 주식전략가인 토비아스 레프코비치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S&P500지수의 올해 연말 전망치를 1675에서 1550으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S&P500지수는 올들어서만 이미 12% 하락한 상황이다. 레프코비치의 올해 전망치는 그래도 현 수준보다 18% 높은 것이다.

레프코비치는 연준(FRB)의 금리인하가 진행중인 경기침체와 기업 이익 감소 흐름을 되돌리기에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시장과 주식시장의 약세가 경기침체 압력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연준의 대응은 경기 둔화를 상쇄시키기에 역부족"이라며 "올해 상장기업 이익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중 증시가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 침체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금융시장은 디커플링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미국 침체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었다.

억만 장자인 조지 소로스는 "미국의 침체는 사실상 확실해졌다. 은행을 비롯한 대출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신용을 자유롭게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혼란이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는 경기 위축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소로스는 달러화가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가 3개월래 최저
국제유가는 미국의 경기침체 전망을 반영하며 이틀째 하락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2.22달러(2.5%) 내린 배럴당 86.99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10월23일 이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일 장중에 배럴당 100.09달러를 기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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