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일부 언론이 단편적인 사항만 다루었는데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의적절한 관심이긴 하나, 혼란과 착각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제대로 된 논의를 위해 정리가 필요하다.
현재 건강보험과 의료기관(법률적으로는 요양기관이라고 부른다)의 관계는 계약에 의한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 환자를 보고 싶다고 들어가고 싫다고 빠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열면 선택의 여지 없이 '당연히' 건강보험 진료를 하는 기관이 된다. 그래서 지금 제도를 당연지정제라고 부른다.
문제는 입장에 따라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는 점이다. 몇년 전 헌법재판소가 현행 당연지정제를 합헌이라고 판결했지만 논쟁은 여전하다. 법률적, 이론적인 논의는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인터넷 여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걱정은 단순하지만 핵심을 짚고 있다. 계약제로 바꾸면 많은 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 진료를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약제로 전환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을까. 한 마디도 말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정책과 여건에 따라 장점과 부작용이 갈리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도시에 안과가 한곳 있는데, 건강보험 환자는 보지 않겠다고 하면 문제가 커진다. 또,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집단적 힘을 발휘한다면, 건강보험 운영이나 진료비가 의료기관의 영향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가능성도 있다.
물론 부작용은 보완하면 되고, 계약제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이 어느 쪽이든 국민들의 기본적인 의료 접근권 만큼은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에다 사회적 관행과 규범에 이르기까지 점검할 것이 많다. ‘작은 생선을 삶듯(若烹小鮮)’ 정책을 다루어야 한다는 선인의 경구가 이만큼 절실한 곳이 없다. 사족 한 가지. 계약으로 가면 정부나 보험자 쪽에서도 의료기관을 고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