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

머니투데이 박형기 국제부장 2008.01.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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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기 둔화를 친디아가 만회해 세계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친디아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둔화에 그친다면 친디아가 완충역할을 하겠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친디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란 논리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것. 이같이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미국 경기가 사실상 침체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경제의 화두는 친디아를 필두로 한 ‘이머징마켓의 반란’이었다. 미국 경기의 둔화에도 친디아의 부상으로 세계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아시아 각국의 국부펀드가 서브프라임 위기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미국의 자산을 대거 인수함으로써 이머징마켓의 ‘달콤한 복수(sweet revenge)’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친디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이 미국의 경기 침체라는 시험대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징마켓이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져도 세계경기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된다면 진정한 이머징마켓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세계경제는 미국과 유럽 이머징마켓이 3분하고 있다. 지난해 이머징마켓 선전의 결정적 열쇠는 유럽이었다. 미국의 경기가 둔화됐지만 유럽의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친디아 등 이머징마켓이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물동량은 많이 줄었지만 중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물동량은 크게 증가했다. 세계적 운송업체들은 중국과 유럽 노선을 증편하는데 혈안이 됐고, 중국-유럽 노선은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그 유럽이 올해에는 지난해만큼 이머징마켓을 돕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유로화는 달러 대비 10% 가량 평가절상 됐다. 유럽의 수출 상품이 10% 정도 비싸진 것이다. 유럽국가 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독일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경제국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면 유럽의 대미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미국의 수요가 줄면 중국과 유럽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의 대유럽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경제의 위상이 아무리 추락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글로벌 수요는 궁극적으로 미국에서 비롯된다.


이뿐 아니라 서브프라임 충격이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번질 조짐이다. 신용경색으로 유럽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대출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조사한 결과, 은행들의 대출 기준 강화에 따른 대기업과 가계의 대출 감소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추가 금리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ECB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친디아가 미국발 경제충격의 완충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유럽이 지난해만큼 이머징마켓을 지지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이 같은 거시경제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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