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받는 부자'

신필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2008.01.2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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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칼럼]기부는 부자의 명예

'존경 받는 부자'


자선활동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영국의 억만장자 톰 헌터 경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지난해 10억 파운드(1조9000억여원)를 추가로 기부했다.

그는 “역사 상 지금처럼 소수의 주머니에 부가 집중된 때가 없었다, 엄청난 부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며 영국 역사 상 최고액을 기부했다.



기부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국의 워렌 버핏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도 “사회 자원이 일종의 특혜가 돼 귀족 왕조처럼 대물림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자선연감은 2007년 상위 50위 부자들의 기부총액이 73억 달러(6조84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미국의 최대 기부자는 12억 달러(1조1400억원)를 기부한 윌리엄 베런 힐튼 전 힐튼호텔 회장이다. 그는 사치와 낭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세간의 주목을 받던 손녀 패리스 힐튼이 아닌 사회에 전재산을 환원하기로 해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미국은 빌 게이츠, 웨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역대 기부자 순위와 부자들의 순위가 거의 같기 때문에 그만큼 기부문화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부자들은 모금전문가로부터 기부요청 받는 것을 ‘자신이 이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기준’이 되는 의미로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

돈만 많다고 부자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때문에 존경 받는 부자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를 보완하는 것이며 상부상조의 방식이다.


우리의 현실을 어떤가? 최근 들어 기부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미국처럼 부자들의 기부 순위를 발표할 정도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족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사회 환경 속에서 개인이 거액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간혹 거액을 기부한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고도 ‘가족과 친구를 잃을까봐’ 익명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기부의 큰 손은 대부분 기업이나 김밥 할머니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우리은 익명으로 가려져 있거나 아니면 나눔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미국 공동모금회는 ‘토크빌 소사이어티(Tocqueville Society)’라는 고액기부자클럽을 198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빌 게이츠를 비롯한 2만명의 기부자들이 연간 5000억여원을 기부하고 있으며, 미국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헌신을 기반으로 나눔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우리의 나눔 전통과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여 고액 개인 기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번 ‘희망2008나눔캠페인’부터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만들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지도자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고액 개인기부자들의 모임이다. 보다 밝은 내일을 위해 나눔에 참여하는 사회지도자들에게 명예와 존경을 주고 사회발전을 함께 하기 위한 시도라 할 것이다.

우리가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우리의 옛말처럼 기부는 사회를 성숙하게 만들고 자원의 재분배를 통해 자신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가 있다.

또한 기부를 통한 문제 해결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미래의 경제활동에 힘을 더해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사회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나눔으로 사회에 투자한다면 사회 변화와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존경받는 진정한 부자로 우리 사회는 그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존경 받는 부자가 많으면 그 만큼 그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부는 ‘유한한 재산’이 아니라 ‘무한한 마음’, 즉 인류 진화의 동력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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