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경고를 들었어야 했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01.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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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0·홍콩H 2만…'과열경고' 무시

증시 정점에선 누군가 과열경고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으례 그렇듯 주류 분위기에 벗어난 반대의 전망은 공감을 얻지 못한채 무시당하다 한참 지난뒤에야 '맞는 이야기'였음을 실감하고 '후회'의 쓰라림을 느끼기 마련이다. 증시가 상승ㆍ 하락을 반복할때 마다 겪는 일이지만 매번 그것이 소수의 입장에 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증시변동의 희생양이 되는 지도 모른다.

이번증시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돌아보면 작년 11월 1일이 코스피 정점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2085.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급락세로 도아섰고 중국펀드 수익률이 가장 민감하게 연동하는 홍콩H지수도 이날 2만609.10을 고점으로 이후 2만선을 넘지 못했다.



돌아보면 시장에서는 고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다만 뒤늦게 뛰어들 때를 노리던 투자자들이 경고를 무시했고 항상 증시가 활황이기를 바라는 시장 참여자들이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며 소수의 목소리를 묻어버린 결과다.

NH투자증권은 작년 10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15개월만에 '중립'으로 제시한데 이어 금년 상반기중 주가 하락으로 1600선마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소수의 목소리'로 무시됐지만 돌이켜보면 시의적절한 경고였던 셈이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월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매도'를 하나의 투자전략이라고 보면 현재로서는 최상의 전략"이라며 "증시는 물론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동반하락 가능성도 있어 현금보유를 늘리고 보수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기업의 2008년 실적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환율과 유가 등을 감안하면 악화될 것이고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투자주체들도 손절매에 나설 수밖에 없어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대다수 증권사들이 금년 증시를 강세장으로 예상했고 연말연초 랠리를 기대한 전문가들도 많았지만, 현재까지만 보면 전망과 실제는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다.


작년초 삼성전자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잦아든 것은 상반기가 끝날 무렵이었다. 오히려 모두가 부정적 전망을 내놓을때 오히려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황전문가는 물론 각 섹터 전문가들의 신뢰도는 여러 차례 무너졌다.

특히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이나 '세계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때론 틀린 전망을 내놓았다.



그린스펀은 작년 10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용경색의 여파가 3분기가 아닌 4분기 지표에 나타나고 2008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 부동산시장이 아직 최악의 상황을 겪지 않았고 신규물량이 쏟아지면 주택가격이 하락입력을 받을 것"이라고 적절한 경고를 했다. 또한 중국 증시에 대해 "고공 행진이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50%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이 완화되고 있다" 등의 틀렸거나 현재 적정성에 의심을 받고있는 전망도 내놓았다.

워런 버핏 역시 작년 7~8월 사이 금융주가 '서브프라임 위기'로 주가가 타격을 받을 때 "위기가 진정한 기회를 만든다"며 금융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매수 확대를 권고했지만, 당시는 아직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전이어서 투자시기가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당시 워런 버핏의 지분보유 사실이 새롭게 알려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50달러대에서 거래됐으나 지난 18일(현지시간) 주가는 35.97달러로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헤지펀드업계 베테랑 투자자 짐 로저스는 10월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침체 상태이며 일부 산업은 침체보다도 나쁜 상태"라며 "달러화 자산에서 돈을 빼 엔화, 위안화, 스위스 프랑화 자산으로 옮기고 있다"며 달러화 가치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경고를 했다.

반면 짐 로저스가 "중국 증시가 9000p를 넘기 전까지 과열로 보기 어렵다"며 당시에도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지만, 같은 시기 워런 버핏은 "중국 증시는 버블이 틀림없다"며 경고를 했다. 세계적인 전문가들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항상 사라는 얘기만 하고 팔라는 얘기는 안한다"는 주식 직접투자자들의 불평 만큼이나 펀드투자자들도 요즘 불만이 높다. 수익률이 고점을 향해 갈 때는 "아직도 늦지 않았다"며 가입을 권하고 수익률이 급락할 때는 "장기적으로는 좋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참고용'일 뿐 투자의 책임은 당사자들이 져야 한다. 그렇다고 시장이 항상 투자자를 속이는 건 아니다. 돌이켜 보면 시의적절한 경고를 간과하고 지나갔던 오류의 책임도 있다.

세계적 투자자들도 '실수'를 할 만큼 예측이 어려웠던 지난해에 이어 금년 증시도 예측이 어렵다며 전문가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각종 전망이 엇갈리는 와중에도 금년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큰 만큼 '위험 분산'에 초점을 둬야한다는 명제 만큼은 모두의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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